Page 50 - 전시가이드 2021년 12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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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의 전시포커스







































        달항아리, 145.5×120cm, Oil on canvas, 2021             이끼, 90.9x65.1cm, Oil on canvas, 2020





         끈기 있는 삶을 향한                                    초현실주의와 만난 전통대상의 재해석
                                                        뭉실뭉실 떠있는 구름 사이로 하이얀 그릇이 두둥실 떠다닌다. 그 옆을 감싼
                                                        따스한 푸르름은 다름 아닌 이끼, 불필요해 보이지만, 곁을 주어 미소 짓는
         양종용의 ‘이끼’                                      모양새다. 천천히 스며들어 그림 안에 없어선 안 될 존재가 되어버린 푸른색
                                                        의 구성은 어느새 양종용 작가의 시그니쳐 대상이 되었다. 아무도 모르는 것
                                                        처럼 그렇게 들러붙은 이끼라는 존재, 왜 작가는 대체 하늘을 매개한 무생물
        글 : 안현정 (미술평론가, 예술철학박사)
                                                        의 그릇을 미확인물체 UFO와 같이 화폭위에 둥실 띄워 우리의 상상력을 자
                                                        극하는 것일까.
        둥실 떠있는 달항아리를 둘러싼 다양한 에너지들, 초현실적인 기운을 감싼 것
        은 끈기를 상징하는 이끼다. 파주 출판단지에 위치한 스튜디오끼(대표 이광        작가가 관심을 두는 대상은 이끼와 결합한 한국전통문화에 관한 것이다. 최근
        기)에서는 11월 22일부터 12월 13일까지 이끼와 결합한 그릇들을 그리는 ‘양   사랑받고 있는 달항아리를 비롯한 백자도상들은 신비로우면서도 정체를 알
        종용 작가초대전’이 열린다. 최근 한국미술시장에서 새로운 강자로 떠오른 양       수 없는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실제 달항아리는 조선후기(1725-1751년)에
        종용 작가는 공중에 떠있는 전통 대상들을 이끼와 결합해 그려낸다. 모든 것       만들어진 경기도 광주의 왕실가마터에서 제작됐지만 제작연혁이나 용도 등
        을 가능하게 만드는 에너지를 기운생동(氣韻生動)하게 그려내어 코로나에 지        이 정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다. 지나치게 평이 하고 소박한 이 항아리가 이끼
        친 현대인들에게 긍정과 치유의 메시지를 선사한다.                     와 결합했을 때 기존 작가들의 단독으로 그려진 달항아리 작품과는 다른 분위
                                                        기를 자아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 모른다. 평범함을 비범함으로 바
        그 가운데,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은 도상은 달항아리, 전통이라는 소재위에       꾸는 마법은, 달항아리가 장류나 약재 혹은 술을 담는 용도에서 한국 최고의
        강인한 한국인의 극복의지를 담아내고자 자신의 시그니처인 이끼와 결합했          미감으로 읽히는 것처럼, 우리의 평범한 일상을 새롭게 인식하고 그 가치를 깨
        다. 실제 김환기로부터 시작된 달항아리라는 브랜드는 구본창, 고영훈, 강익       닫는데 있다. 미술사에서 잊혀질 뻔 했던 평범한 대상을 주인공으로 바꾸는 양
        중, 최영욱 작가 등의 대표적인 상징이자 한국인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도상        종용의 도상들은 초현실적 상상을 추구하는 이까 작업과 만나 더욱 빛을 발할
        이다. 이러한 흐름 안에서 양종용은 젊은 작가답게 도전과 끈기라는 새로운        수밖에 없다. 실제 양종용의 달항아리는 매끈하고 우아한 매력을 보여주기도
        인식을 공중부양한 달항아리에 심어 놓는다. 우리는 이끼작가라 불리는 양종        하지만, 21세기 현 시대를 살아내야 하는 젊은 열정을 보여주기도 한다. 시간
        용의 진정성어린 작업태도 속에서 삶의 어제를 위로받고 새로운 미래의 가능        을 삼기고 하늘을 마음에 담아 우리에게 용기와 위로를 안겨주는 달항아리에
        성을 만날 수 있다.                                     대한 해석은 꿈을 품은 듯한 너른 아량을 우리 모두에게 베풀어 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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