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9 - 전시가이드 2024년 05월 이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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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부산 범어사 불이문 (우상) 서울 고종어극40년칭경기념비전 (우하) 해남 대흥사 범종각





            협의하여 문양을 내고 낙양이나 살미, 쇠서 등에는 반드시 초각(草刻)을 하였      되었다.
            다. 그러나 근래에 들어서는 초각은 하지 않고 외곽의 형태만 따서 단청 화공
            이 평면에 초틀임을 그리는 것으로 대신하고 있다. 초각을 하면 단청에 부조와      모네나 고흐를 비롯한 당시 많은 화가들과 마찬가지로 클림트 역시 1873년 빈
            같은 요철과 음영을 주어 멋과 깊이가 생기게 되지만, 지금은 초각을 전문으       만국박람회에서 접하게 된 일본의 다색 목판화인 우키요에(浮世絵)에 매료
            로 하는 목수가 없다 보니 단청 문양과 틀리게 새겨 낭패를 보기도 하고, 초각     되었다. 우키요에는 유럽 인상주의 화가들을 중심으로 유행한 자포니즘(Ja-
            을 하면 시간과 비용이 더 들어가기 때문에 초각을 생략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ponisme)에 큰 영향을 주었는데 <생명의 나무>도 일본 미술을 대표하는 우
                                                            키요에에서 동양적 장식성을 얻은 것이라 할 수 있겠지만 만약 당시 우리 단
            이러한  초엽무늬는  소용돌이무늬의  일종으로  동서양  미술에서  모두  많이    청이 유럽에 소개되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클림트는 후기에 들어서면서 특
            쓰여 왔는데 특히 서양 회화에서는 오스트리아의 구스타브 클림트(Gustav       히 동양적 자연의 소재인 꽃, 나무, 산, 물결 등을 그의 작품 속에 그려 넣으면
            Klimt, 1862~1918)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대표작인 스토클레 프  서 동양적 자연관을 수용하게 되었고 우리 단청의 초엽무늬나 동심원으로 표
            리즈(Stoclet Frieze)의 <기대(Expectation)>, <생명의 나무(Tree of Life)>,   현되는 광두정무늬와 비슷한 문양을 즐겨 사용하게 된다.
            <성취(Fulfillment)>  등에서 소용돌이와 같은 형태의 초엽무늬가 두드러지
            게 표현되어 있는데 추상적 구성으로 가지와 잎을 곡선으로 그려 좌우로 뻗        또한 기하학적인 장식과 초엽무늬와 같은 나선형 곡선을 사용하면서 이국적
            어나가는 모티브를 사용해서 아르누보(Art nouvea)의 특징을 살렸다. 이외에   인 분위기를 이끌어내는 모티브로 활용하였다. 이러한 장식성은 화려함을 표
            도 <유디트 II>, <천상의 천사들의 합창>, <아델레 블로흐바우어의 초상 I>   현하는 수단에만 그치지 않고 잠재되어 있는 무의식과 욕망을 표출하기 위한
            를 비롯한 여러 작품 속에도 부분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소용돌이무늬는 빙        하나의 상징적 수단으로도 쓰였는데 이는 인간의 보편적 아름다움을 표현하
            빙 돌아 들어가는 형태이어서 계속 들여다보면 돌아가는 방향의 안쪽으로 빨        기 위한 또 다른 방법이기도 하였다. 그리하여 현실 세계를 초월하기 위하여
            려 들어갈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아르누보는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     암시, 모호함, 신비 등을 중시하는 상징적 표현 양식을 추구하였다. 1897년 아
            지 세기의 전환기에 자본주의의 물적 토대를 기반으로 일어난 화려한 예술로        카데미즘이나 관 주도의 전시회로부터 분리를 의미하며 낡고 판에 박힌 과거
            서 당시 산업혁명을 기점으로 가속화된 장식적인 스타일을 중시하는 미술사         의 전통에서 탈피하여 자유로운 표현 활동을 목표로 빈 분리파(Vienna Se-
            조로 발전되었다.                                       cession)를 창설하고 이후 빈 분리파의 전시회를 여러 차례 추진하면서 새로
                                                            운 예술적 영향을 끼쳤다. 즉 장식적인 문양들을 채용하여 상징주의와 아르누
            소용돌이무늬의 하나인 당초무늬는 아르누보 양식에서 가장 대표적인 형태          보, 동양의 미적 특징을 종합적으로 그림 속에 담아내고 있으며 장식성을 예
            로서 구불구불하고 물결치는 듯하며 리드미컬하게 율동하는 듯 섬세하고 상         술적 차원으로까지 승화시켜 올려놓았다. 전통과 현대가 융합된 독특한 화풍
            징적인 선으로 표현하였다. 아르누보의 문양은 자연의 유기적인 형태에서 장        으로서 다른 화가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든 장식성의 결합으로 그만의 화려한
            식적인 모티브를 얻은 것이기 때문에 대칭에 의한 균형보다는 비대칭적인 균        문양들이 회화의 표현 방법으로 드러나게 되었다. 클림트의 작품을 보면서 초
            형을 추구하였고 식물이나 동물, 인체에 이르기까지 자연에서 발견할 수 있        엽무늬를 비롯한 우리 단청의 문양들이 예술로서의 단청으로 꽃피울 수 있다
            는 다양한 소재를 휘감고 서로 교차하는 곡선을 통해 이상적인 형태로 표출        는 가능성을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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