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2 - 전시가이드 2024년 05월 이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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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의 전시포커스
리듬의 풍경 162x130 장지에 채색, 석채, 수정말 2024
리듬의 풍경 162x130 장지에 채색, 석채, 수정말 2023
LIVESCAPE, 율화(律畵)_리듬 페인팅
방식이다. 작가는 다양한 형태에 의한 공간분할 속에서 3차원의 깊이를
유진실 작가 납작하게 평면화시키는 ‘역원근법의 과정’을 실험한다. 이러한 변형 구도들은
하나의 패턴이 아닌 직관적 리듬 속에서 발견된 ‘독특한 율동의 에너지’라고
할 수 있다. 평면과 3차원이 서로 부딪치는 이율배반적인 공간 속에서 현실은
긍정되는 동시에 연결되며, 객관화되는 동시에 상대화되는 것이다. 사물을
글 : 안현정 (미술평론가, 예술철학박사)
감각적으로 보는 성향은 2016년 Funny 시리즈에서도 발견된다. 한국 여성들이
걸어야 하는 육아의 고통을 무게감보다 ‘유희’로 해석하면서, 하나의 구도화 된
길로 표현한 것이다. 모든 길을 끌어안는 동시에 이겨낸 삶의 풍자는 박사과정
청구전에서 발견되는 ‘현명한 울림(먹의 깊은 에너지를 탐구)’을 통해 깊이를
“나의 그림은 삶의 순간을 리드미컬하게 상생시키는 기본 가락(律畵, Rhythmic 찾았다. 평면화된 구도와 시적 울림의 만남은 ‘현재의 리듬 풍경’과 조우하면서
painting)이다. 한국화의 기본을 지키되 동시대와 융합하는 방식, 삶의 소소한 ‘대중성과 예술성’을 조화시킨 ‘정(正:퍼니 시리즈)-반(反;음의 울림)-합(실존_
풍경을 채색화의 모더니즘으로 여는 것이다.” - 작가 인터뷰 중에서 리듬 페인팅)’의 과정을 통해 재해석된 것이다. 김기창을 보좌하며 세 아이를
키운 우향(雨鄕) 박래현(朴崍賢, 1920~1976)처럼, 유진실 역시 자신의 역할과
삶의 풍경을 '흔적과 존재' 속에서 풀어내는 유진실에게 '공간'이란 참나를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조화시키면서 섬세한 화면구성과 새로운 조형실험을
둘러싼 경험의 집이자, 기억을 현실과 유동시키는 장소이다. 최근 작품들은 ‘ 보여준 것이다. 일상적인 삶의 풍경에서 모티프를 찾았으나, 점차 대상을
밖에서 안으로 들어가는 여정’을 통해 삶의 무게감을 ‘리드미컬한 가벼움’으로 극복한 리듬미컬한 상징적 구상을 구축해냄으로써 명쾌한 개성화의 길을 연
전환하는 ‘시적 가락=리듬 페인팅’을 지향한다. 가치의 가벼움이 아니라, 진짜 것이다. 작품들은 미시적 환경에 포커징이 될 때는 수정말을 사용한 ‘장지(壯紙)
나의 리듬을 찾기 위한 무게를 덜어내는 여정이다. 작업실 창문 너머 보이는 의 마티에르’가 강조되고, 조감법을 사용한 거시적 환경에서는 대상에 집중한
오랜 집들은 작가를 관통해 ‘아이의 순수와 같은 펼친그림’으로 진화한다. 표현중심의 세필이 강조된다. 실제로 유진실의 작업은 한국화를 연상하기
납작해진 평면 위에 자리한 독특한 구도, 마치 뫼비우스의 띠를 연상시키는 어려울 만큼 ‘색채미감’에서 글로벌한 에너지를 지녔다. 서구 모더니즘이
‘유진실의 세계관’은 삶을 반영한 ‘살아있는 풍경(LIVESCAPE)’으로 전환돼 도달하려 했던 평면화의 길 속에 ‘한국화의 구상적 에너지’를 탑재하면서 동·
독창적인 유토피아를 설정한다. 기하학과 수학적 개념을 토대로 한 2차원의 서미감이 어우러진 유진실만의 ‘리듬의 풍경’을 탄생시킨 것이다.
평면 같지만, 평면 위에 펼쳐낸 무한한 공간 확장이 순환과 대립을 연결하는
사실적 상징화의 영역으로 기능하는 것이다. 생명-내가 있는 풍경, 무엇이 리듬을 만드는가?
소요유(逍遙遊), 납작해진 리듬의 풍경들 작가는 순간의 풍경 혹은 장면에서 이입된 감동을 단순 이미지가 아닌 ‘
리듬과 파동’으로 해석한다. 그럼에도 추상이 아닌 ‘리듬을 담은 구상(具象)
유진실의 작품엔 미세한 생명의 노래가 개체 사이를 오가며 진동한다. 작품의 형식’을 고집하는데, 이에 대해 작가는 “삶의 모든 순간이 우리가 기억한 거기
두드러진 특징은 ‘경험적 감성’ 속에서 보는 이로 하여금 현실과 비현실을 (형상의 장소), 그곳에 대한 상상이며 미세한 소리, 숨결, 여운을 마주하며
오가도록 연출됐다는 것이다. 환상적인 초현실을 보는 듯하지만, 현실을 재해석되기 때문”이라고 고백한다. 말 그대로 같은 장소를 보더라도 대상을
부정하기보다 삶의 반복과 순환고리를 찾아 ‘긍정과 유머’를 끊임없이 제시하는 받아들이는 방식은 각자의 경험에 근거한다는 것이다. 이어서 작가는 “나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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