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6 - 전시가이드 2021년 07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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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는 전시
옛날 옛적에 2021, 53x78, 종이에 혼합재료, 2021
2021. 7. 15 – 7. 28 아트스페이스퀄리아 (T.02-379-4648, 평창동)
미지의 풍경, 또는 마음 밭의 지형도 반어적으로 말하려는 것은 어떤 형상을 가진 대상을 지시하지 않고 무형의 내
면을 암시하는 추상이라는 형식이 결과적으로 어떤 구체적인 형상을 드러내
김종열 개인전 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구체적인 추상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그 추상의
본질은 무엇이며 그것은 화가에게 어떤 의미를 띠고 구체화하는 것일까. 작가
김종열은 자신이 그린 마음의 풍경에 스스로 놀란다. 이것은 무엇일까. 대체
글 : 서길헌(조형예술학박사) 이토록 끊이지 않고 스며 나오는 미지의 골과 이랑과 거기 자라는 무성한 식
물성 세포와 줄기들이 이루는 구체적인 풍경은 어디에 뿌리를 두고 있는가.
화가 자신의 말에 따르면 그의 그림은 풍경이다. 그것은 아마도 그의 마음속
에 있는 풍경이겠지만 그 풍경은 몹시 구체적이다. 그러나 그것이 구체적으로 그의 화면은 기이한 촉감과 세상에 없는 듯한 특이한 풍경으로 빼곡히 채워져
무엇을 그리고 있는지는 그도 모르고 아무도 모른다. 그것은 구체적이기에 구 있다. 풍경을 이루는 줄기와 뼈대들은 꼬물꼬물하고 미세한 선들로 빈틈없이
상이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뚜렷한 그 무엇에 대응하는 형상이 아니기에 오히 짜여있다. 그 선들은 화면을 채우고 있는 어떤 구조적인 생명체의 구석구석에
려 추상에 가깝다. 구체적인 추상이라는 말은 형용모순이다. 대개 형용모순은 에너지와 생체정보를 전달하려는 것처럼 온몸에 걸쳐 균질하게 뻗쳐있다. 각
반어법적 호소력을 담고 있다. 그것은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 모순되게 말을 각의 마디나 매듭, 혹은 옹이의 역할을 하는 부위에서 새로이 움트는 선들은
함으로써 말하고 싶은 것을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하려 한다. 그의 그림에서 각자의 촉수를 뻗어 다른 선들을 끌어당기거나 밀어내어 새로운 다발의 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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