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9 - 전시가이드 2021년 07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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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보도자료는 crart1004@hanmail.net 문의 010-6313-2747 (이문자 편집장)
언제나 거기에 Always there 145.5×89.5cm oil on canvas 2021
소나무에 대한 정서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음을 말해준다. 다. 유연하고 부드러우며 매끄러운 흐름의 곡선미는 새삼 인체와 유사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하지만 그는 작가적인 존재감, 즉 다른 작가들과 다른 무엇을 표현해야 한다
는 사실과 직면했다. 차별성이 없어서는 창작을 전제로 하는 작가의 존재감 뿐만 아니라 소나무가 놓여 있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특유의 분위기는 다른 나
을 드러낼 수 없다. 그래서 처음에는 소나무가 가지고 있는 형태적인 특징인 무들에게서 느낄 수 없는 친화력이다. 이는 오랜 세월 일상적으로 함께 해온
두터운 표피, 즉 껍질을 실제처럼 보이도록 질감표현에 집중했다. 단순한 눈 소나무가 지니고 있는 특별한 정서인데, 그의 작품에서는 더욱 선명하게 드러
속임이거나 실제에 근사한 정도가 아니라 아예 실제의 소나무 껍질을 가져다 난다. 단순히 사실묘사에 그치지 않고 시간대에 따라 달라지는 빛이 만들어내
붙인 것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부조기법을 원용한 것인데, 여러 가지 재료를 는 시각적인 이미지 및 정서 표현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말해준다.
혼합하여 질감을 만들고 채색으로 마무리하는 식이었다. 그림이라는 사실을 실제로 작품에 따라 눈으로 읽혀지는 온화한 시각적인 이미지는 사실주의 회
알지 못한 채 본다면 실제의 소나무로 인식할 수 있을 정도로 극렬한 사실적 화가 단순히 사실묘사에만 충실한 그림이 아닐 수 있음을 뒷받침한다. 작품에
인 표현방법이었다. 따라서는 마치 나무들끼리 대화를 주고받는 듯싶은 정경이 연출되기도 한다.
그가 추구하는 소나무 그림의 시각적인 이미지 및 정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러다가 전통적인 유채기법으로 되돌아왔다. 하지만 그에게 한 가지 고민이 를 함축하고 있는 것이다.
따랐다. 사실묘사 중심의 소나무 그림은 사실주의 조형개념에 순응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그는 그로부터 차별적인 무언가를 내놓지 않으면 안 된다는 문제 그런가 하면 작품에 따라서는 까치를 등장시키기도 하는데, 까치와 호랑이를
와 직면한 것이다. 이처럼 차별성을 강구하다가 소나무 줄기 중심의 구도를 착 소재로 한 일련의 민화에서 그 근거를 찾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칠월칠석날
안하게 됐다. 다시 말해 소나무 전체의 형태를 담는 일반적인 구도와 달리 가 만나는 견우와 직녀 전설에서는 오작교를 놓는 역할을 할뿐더러, 까치가 울
지와 둥치를 배제한 채 줄기 중심의 구성 및 구도를 택했다. 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는 속설이 말하듯이 우리의 삶과 함께 해왔다. 그래서
일까, 소나무에 까치가 함께 하는 경우 시각적인 즐거움과 함께 동적인 이미
따라서 소나무의 몸통이 중심이 되는 독특한 구도는 소나무와 소나무 간의 관 지의 개입으로 인해 그림에 활기가 넘친다. 상서로운 기운이 감도는 장면이
계성에 시선을 주게 된다. 큰 나무와 작은 나무가 함께 하는 구도에서는 모자 라고 할 수 있다.
또는 부자의 이미지를 찾아내는가 하면, 여러 나무들이 함께 하는 경우에는
사회적인 관계 등의 이미지를 포착해냈다. 이렇듯이 소나무의 줄기를 중심으 그에게 소나무는 단순히 그림의 소재를 넘어서는 상징성을 내포한다. 무엇보
로 하는 구도는 확실히 새로운 시각적인 이미지와 함께 그에 따른 내용이 들 다도 소나무를 의인화함으로써 한국인의 삶의 정서를 반영하는데 의미를 두
어선다. 이는 소나무를 의인화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무엇보다도 구불구불한 고 있다. 이는 재현적인 의미에 국한하지 않는 소나무에 대한 새로운 접근방
소나무의 형태적인 특징은 매우 동태적이어서 인간의 신체언어를 연상케 한 식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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