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1 - 전시가이드 2021년 07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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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는 전시


























                                 고향 가는 길  53x45.5cm  Oil on canvas  2018        국경 가는 길  33.4x24.2cm  Oil on canvas  2018





                                   2021. 6. 16 – 7. 3 장은선갤러리 (T.02-730-3533, 운니동)




             미니로버와 함께 하는 여행 이야기                             도이다. 미니로버가 데려다주는 여행은 낭만적이다. 클래식 카가 가지고 있는
                                                            시간성은 여행 자체를 지나간 어느 시간대로 소급시키는 장치가 된다. 더구나
            김태균 초대전                                         아주 조그만 차체는 마치 미니어처를 보는 듯싶어 사랑스럽고 정감이 넘친다.

                                                            어느 면에서는 자동차는 현대인의 삶에서 인생의 반려나 다름없을 만큼 일상
            글 : 신항섭(미술평론가)                                  생활의 중요한 동반자인 셈이다. 그가 여행을 하면서 반려로 받아들인 클래
                                                            식 카 미니로버는 자동차 마니어가 아닐지라도 고풍스러운 디자인 때문에 시
                                                            선을 빼앗기면서 그 아름다운 차를 몰고 여행을 하고 싶다는 충동을 느낀다.
            우리의 삶은 지구라는 세상에서 보내는 한시적인 여행이다. 그 여행 속에서        아담하게 작은 크기로 인해 친근감이 더하다. 그의 그림 속에 등장하는 미니
            또 다른 여행을 꿈꾸는 것이 인간이다. 어느 한 곳에 정착하여 붙박이가 되는      로버를 보면서 아름다운 디자인은 시공을 초월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런 삶이 아니라 지금과 다른 어느 곳을 찾아가고자 한다. 가 본 일이 없는 미
            지를 찾아가는 것은 추억을 만드는 일이다. 어쩌면 언젠가는 지구라는 세상에       그는 이처럼 아름다운 클래식 카 미니로버를 타고 여행하고 싶은 꿈을 그림
            서 떠나야 한다는 운명을 순연히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추억이 필요한지 모른        속에서 실현하고 있다. 미니어처 미니로버를 그림 속에 등장시킴으로써 현실
            다. 불현 듯 그리워지면 손쉽게 꺼낼 수 있는 추억이야말로 가장 인간답게 살      적인 풍경처럼 보이도록 한다. 미니로버를 실제의 풍경에 가져다 놓음으로써
            아가는 증표의 하나가 아닐까.                                지나간 시간상의 어느 시점으로 데려다 놓는다. 사람들이 기차를 타거나 비행
                                                            기를 타는 여행을 꿈꿀 때 그는 조그만 클래식 카를 동반하는 느긋한 여행을
            김태균은 삶 자체가 여행이라는 사실을 직시하고 있는 듯싶다. 일생이라는 긴       꿈꾼다. 그 꿈이 현실이 아닌 그림 속에서 실현된다.
            여행기간 동안에도 또 다른 형태의 작은 여행을 즐기며 그림으로 남긴다. 나
            라는 존재를 원하는 곳으로 데려다 주는 기차나 비행기 그리고 자동차야말로        미니로버는 창경궁 후원에도 들어가고 뉴욕 타임스퀘어에서도 달린다. 어디
            여행을 위한 가장 편리한 수단이다. 어쩌면 여행이란 무언가를 타고 다니는        든 못 가는 곳이 없다. 현실에서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 그림 속에서는 실제의
            시간의 연속인지 모른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여행이란 현지에 도착해서 풍광        상황처럼 연출된다. 조그만 클래식 카의 존재로 인해 평범해질 수도 있는 풍
            과 문명의 자취를 보고 새로운 음식문화에 빠져드는 것만으로 생각하는 듯싶        경에 스토리가 들어서면서 상상력을 자극한다. 그의 그림은 단순히 현실의 재
            다. 다시 말해 풍경을 감상하고 새로운 음식을 먹는 시간보다 교통을 이용하       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감상자에게 꿈과 환상과 낭만적인 감정을 샘솟게 한
            는 시간이 더 많을 수도 있음은 잘 인식하지 못하는 듯싶다.               다. 일상적인 풍경 속에 클래식 카 하나가 함께 함으로써 시각적인 이미지 너
                                                            머의 정서에 시선을 돌리게 한다.
            그래서일까. 그는 여행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무언가를 타고 다니는 시간을
            그림 속에 포함시키고 싶었는지 모른다. 작품마다 새로운 여행지 풍경과 함께       미니로버를 화면에 가득 채운 작품들은 실제로 착각할 만큼 사실적인 묘사력
            조그만 자동차가 등장한다. 클래식 카의 대열에 들어선 미니로버가 그 주인        이 뛰어나다. 이처럼 극렬한 묘사력은 작가적인 역량에 대한 신뢰감으로 이어
            공이다. 일부 작품에서 볼 수 있는 기차를 제외하고는 대다수의 작품에 미니       진다. 견고한 묘사력과 구성 그리고 내용은 결과적으로 이처럼 견실한 사실적
            로버가 함께 한다. 그러고 보면 미니로버가 그림의 주인공이 아닌가 싶을 정       인 감각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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