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1 - 전시가이드 2022년 01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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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세루 가칠단청과 현판 금성관 내부 단청 만세루 내부의 서까래와 대들보, 기둥
이는 당시 왕실이나 권력층인 유학자들이 궁궐이 목조 건물이기 때문에 단청 그런데 유교단청이 추구하는 가칠단청의 참 멋을 불교 사찰인 선운사 만세루
을 했을 뿐이지 불교의 사찰에만 단청을 해야 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지 않 에서 보게 될 줄이야....불교에서의 무소유나 유교의 청빈이 그다지 다르지 않
았기 때문일 것이다. 음을 증명이라도 하는 걸까?
가칠이란 여자의 화장에 비유하자면 맨 먼저 파운데이션을 바르는 것처럼 정면에서 바라보면 9칸의 긴 공간을 채운 흰색 회벽과 뇌록, 석간주의 단순한
단청을 시공하는 절차에서 뇌록과 석간주로 바탕색을 칠하는 첫 단계를 말 색감이 주는 강한 콘트라스트가 담담하고 시원하다. 천장은 연등천장을 하였
한다. 그러나 파운데이션만 바른 상태를 화장을 안 한 것으로 생각하듯이 많 는데 굵기도 고르지 않고 휘어진 상태의 목재를 그대로 서까래로 사용하였고
은 사람들은 가칠단청을 단청을 안 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 또한 엄연히 단 대들보나 기둥들도 그 굵기가 모두 다르고 휜 상태인 그대로 사용함으로써 매
청의 한 종류인 것이다. 파운데이션이 피부를 보호하고 기미나 주근깨, 얼굴 우 자연스럽고 정감이 간다. 뇌록을 칠한 서까래와 대들보, 석간주를 칠한 기
의 살색이 다른 부분 등을 커버하듯이 가칠은 습기나 병충해로부터 목재를 보 둥을 쳐다보자면 서로 얽히고설켜서 이루어 내는 콤포지션이 보는 위치나 방
호하여 건물의 수명을 연장함은 물론 터지고 갈라져서 보기 싫은 부분을 카 향에 따라 사뭇 각양각색이다.
무플라주(camouflage)하는 기능을 한다. 아름다움에 대해 자신이 있는 사람
이라면 굳이 화장을 하지 않더라도 그 아름다움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듯이 화 가칠단청에서 불교에서의 공(空)의 정신이나 유교에서의 청렴하고 검소한 삶
려한 색채와 문양을 일체 배격한 가칠단청은 단순하고 가식 없는 아름다움 을 지향하는 정신이 비움의 미학으로 치환되었음을 깨닫게 한다.
을 오롯이 드러낸다. 이것이야말로 예술적인 기교나 색상을 최소화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단순
함과 간결함을 추구하는 미니멀리즘(minimalism)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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