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8 - 전시가이드 2022년 01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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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혁 컬럼
도나 마리아 켈리, <내 여동생>, 2020년, 캔버스에 유채, 42×59.4cm, 소장처 불명
구원의 여인 영국의 한 병원에서 근무하는 니키와 베키라는 간호사 자매 가 코로나 근무
교대 후 서로 만나 활짝 웃는 모습을 그렸습니다. 이분들 의 환한 웃음처럼 코
램프를 든 여인 로나 바이러스도 조만간 퇴치되어 환하게 웃을 수 있는 세상이 빨리 오기를
바래 봅니다. 베레샤긴은 그후 1902년 미국과 쿠바, 그리고 1903년에는 일본
의 전쟁 지역이나 분쟁 지역을 방문하였지요. 그리고 1905년 러일전 쟁 중 스
박광혁 (내과 전문의) 테판 마카로프 제독으로부터 극동 함대에 합류하도록 요청받았 습니다. 전쟁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곳이면 마다하지 않던 베레샤긴은 역시 주저 없이 요청
에 응했습니다. 그런데 1904년 4월 13일, 극동 함대가 뤼 순[旅順] 항구로 돌
혼신의 힘으로 편지를 불러 주던 병사가 몇 줄 불러 주다 숨이 가쁜지 더 이상 아가는 동안 일본군의 포격을 받아 그가 탄 배가 침몰했 고, 이때 마카로프 제
편지를 불러 주지 못하네요. 간호사도 안쓰러운 지 그의 손을 잡고 힘내라고 독과 베레샤긴을 포함한 대부분의 승무원이 전사했 습니다. 베레샤긴은 위대
격려해 주고 있습니다. 그림에서 병사의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도 속절없이, 한 전쟁 화가답게 전쟁터에서 산화했습니다.
그리고 간호사의 애타는 마음도 보람 없이 병사는 어머니께 쓰는 편지를 미처
다 불러 주지 못하고 숨을 거두고 맙니다. 간호사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일어 베레샤긴은 자신의 예술을 이용하여 스스로 말할 수 없는 사람들을 위 해 말
서서 명복을 비는 기도를 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반절도 못 쓴 편지일지라 도 하고 그들을 위해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가 사망한지 1세기가 넘은 지금까지
고향에 계신 어머니께 부쳐드렸을 겁니다. 도 그가 한 방식으로 전쟁과 갈등의 현장을 직접 참가하여 현장 을 그리는 화
가나 사진작가는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그의 작품의 순수한 다양성은 베레샤
요즘 같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행하는 시기에 코로나 전담 병원 중환 자실에 긴을 모든 시대의 대부분의 예술가들과 차별화시키는 요 소이지요. 그래서 베
근무하는 간호사들은 단순히 치료와 돌봄을 넘어서 서로 감정을 소통하던 환 레샤긴은 1901년 첫 번째 노벨 평화상 후보에 오를 정도로 세계가 그의 평화
자를 저렇게 무기력하게 보내고 나면 상실감이 매우 크겠지 요. 빨리 코로나 메시지를 전한 노력을 인정해 주었지요.
바이러스가 종식되길 기원해 봅니다. 21세기 초반을 지나 현대의 화가들은 우리의 후배들을 위해 내시경과 같은 눈
코로나 방역 현장에서 고생하고 계시는 간호사분들을 위하여 최신 그 림 한 점 으로 삶과 죽음의 경계를 더듬고, 새로운 전쟁터를 가로지르는 그 림을 그려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영국의 현대작가 도나 마리아 켈리Donna Maria Kelly 야 하지 않을까요? 평화가 깃든 평범한 일상이 그립습니다.
가 바로 작년인 2020년 그린 그림 <내 여동생Ma Soeur>이라는 그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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