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1 - 전시가이드 2024년 07월 이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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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이문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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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  보도자료는  crart1004@hanmail.net  문의 010-6313-2747 (이문자 편집장)
                                                                                         10-6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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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
                                                                          ar
                                                                           t1004@hanmail.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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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도
                                                                     자료는
                                                                          cr



































            골고루 베푸는 즐거움까지 있으니 꽃대궁이 올라올 때까지 상추에 들인 노동        찰진 흙이 달라붙어 한 걸음 내딛기도 힘들었다. 어기적거리며 흙투성이가 된
            과 시간이 아깝지 않았다.                                  채 들깨가 이렇듯 무성하게 자랐나 싶어 가까이 다가서니 습기 품어 열기 뿜
            한 번은 쌈으로 먹겠다는 의지로 케일도 심었다. 정직한 시간을 지켜 올라온       어내는 후텁지근한 흙 향이 온몸을 감쌌다.
            싹. 떡잎 빼고 이파리가 네 잎 정도 자랐다. 며칠 기다리면 행복을 누리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다음날 보게 된 광경에 쓴웃음만 누렸다. 벌레도 맛있는 걸 알     종류도 헤아릴 수 없는 풀들은 ‘공동체는 이렇게’라는 걸 알려주라는 임무라
            아본다더니…. 하나 같이 잎사귀는 다 갉아 먹혀 줄기만 꼿꼿이 뻗쳐 휑한 바      도 수행한 걸까. 어디가 고랑이고 두둑인지 알 수 없는 잡초정글이 눈앞에 펼
            람만 불고 있었다.                                      쳐져 있는 것이다. 허리 높이로 얼키고설키고 자란 풀에 고추도, 아욱도, 상추
                                                            도 가리어 흔적조차 없다. 나오는 것은 한숨이요, 눈에 뵈는 것은 무성한 풀밭
            또 너무 얕게 심은 탓에 비가 오고 바람이 조금 세게 지나쳤다고 수염 난 옥수     이니 발을 들이 밀 엄두조차도 나지 않았다.
            숫대가 뽑힌 채 옆으로 쓰러져 있는 모습도 보았다. 김장배추를 심었지만 속
            은 차지 않고, 억세고 질겨 씹기조차 힘든 탓에 다 엎어야 했다. 이렇게 탈 많    긴 장마가 발길을 묶고, 이래저래 마음도 심란한 상태였던 당시. 한 번 식어버
            은 좌충우돌 농사일도 해가 거듭되니 작물의 종류도 다양해지고, 기르는 방법       린 농사에 대한 열정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그렇게 5년간의 얼치기 주말 농
            도 일취월장 순항하는 듯 했다.                               장주의 농사 체험은 흐지부지 막을 내렸다. 그런데도 몸이 기억한 것들은 기
            그런데 어느 여름, 요양 중이시던 시아버님의 별세로 한참 동안 발길을 멈추       록하지 않아도, 시간이 지났어도 잊히지 않고 선명해지는 걸까? 올망졸망 다
            게 되었고, 장마 중에 부랴부랴 찾아온 밭이었다. 빗물에 질퍽이는 황토 길은      채로운 결실로부터 얻은 아련한 추억의 끝자락은 가끔씩 농장에서 풀을 뽑고
                                                            흙을 고르는 모습을 꿈꾸게 한다.

                                                            하늘은 희끄무레하고 비는 곧 쏟아질 듯한 장마 날씨다. 끈적임을 씻어가는 한
                     •《한맥문학》 신인상 등단(1994)
                     •광주문협 회원                               줄기 바람이 옥수수 잎새에 사운대는 채전 앞에서 한참을 서성인다.
                     •.전남일보 작가에세이 연재
                     •《광주문학》 편집위원(現)
                     •무등산 10회 문학 백일장 수상
                     • 《월간 전시 가이드 쉼터》 연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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