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4 - 전시가이드 2024년 07월 이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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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연 컬럼


         이승희 작가

        선과 색이 만들어내는 평면 속 무한대의 공간



        글 : 이주연 (경인교육대학교 교수)


























            Main Gate, 60×130cm, acrylic on canvas, 2021


        이승희 작가의 작품은 구상인 듯-추상인 듯 회화인 듯-디자인인 듯 그 모호       각하였다. 다음은 최근 전시 이후 나눈 작가와의 대화이다.
        한 경계가 불러일으키는 각기 다른 해석이 작품보기를 흥미롭게 만든다. 작
        가의 전시 서평을 쓴 비평가 유근오는 <형과 색의 관념적인 재현>이라는 제       추상은 평면성을 추구하지만 작가의 작품에서는 색과 구성을 통한 공간감이
        목 하에 색띠의 채색된 부분은 물(物)의 내부 공간으로서 그 빈 공간에 대상성     느껴진다. 의도된 것인가.
        (objectivity)을 부여한다면서, 색띠가 절대성의 순수 평면에 의문을 제기한다
        기보다는 보는 이로 하여금 자유롭게 사유하도록 하는 조형적 매개자이자 대        작가 프랭크 스텔라(Frank Philip Stella/미국/1936~2024)가 추상회화에 색,
        상의 역할을 한다고 하였다. 색띠(color band)라는 단어 때문에 떨쳐낼 수 없  구성으로 드라마틱한 공간을 끌어들이는 시도에 영향을 받았다.
        는 디자인 분야와의 연계적 발상이 작품에 선입견을 줄 우려가 있기는 하지만,
        확실히 작가의 작품에서 받는 첫인상은 사실적 재현을 벗어나 선과 색으로 만       실제 대상에서 생략과 단순화를 거쳐 현재에 이르게 된 것이라면 대상은 어
        들어내는 조직적 평면 구성이 연상된다. 그러나 기하학적인 형과 솔리드한 컬       떻게 선별하는가.
        러의 추상 표현이 본질적으로 갖는 이성적이고 정신적인 면모와 더불어, 선,
        형, 색으로 환기되는 감정과 생각들, 그리고 그 너머 대상의 재현으로 보이는      “사물은 겹겹이 이어져 있으며 또한 서로 엮어져 있다.” 이 생각을 작품을 통해
        구성으로 인해 보는 이의 사사로운 개인적인 기억과 추억을 소환하면서 독자        표현하고자 하였다. 건축물은 한 치의 오차 없이 단단히 맞물려 있어야만 한
        적인 감상으로 빠져들게 한다. 대상의 묘사로 볼 만한 단서가 없다고 했던 유      다는 점에서 표현 의도를 충족하기에 좋은 대상이라고 보았다. 이를 위해 천
        근오와 달리, 작가의 작품에는 세월의 경과에 따라 대상이 연상되는 무언가가       장, 기둥, 창, 복도로 이어지는 문, 건물의 전실, 바닥과 벽면의 패턴 장식까지
        나타나기도 하는데, 그 구체적인 대상이 작가에게는 그다지 중요해 보이지 않       구체적인 관찰에서 시작하였다.
        을 뿐이다. 지금은 건축 평면도처럼 실재하는 견고한 공간을 통해 원근의 일
        루전에 의한 공간감이 느껴지는데, 작가의 표현 의도를 달성하기 위해 현재는       날카로운 경계의 선이 주를 이루지만 붓자국이 있는(painterly) 회화적 표
        투시도를 연상시키는 건축구조가 소재이자 대상으로 선택되었다고 보인다.          현이 가미되어 기하학적 비정형도 보이는데 이 모두를 포함시키는 이유는
                                                        무엇인가.
        예전에 작품에서 느껴지는 공간감에 대해 작가와 이야기를 나눈 바 있다. 평
        면 추상에서 공간감은 가장 거리가 먼 개념인듯해도 중복과 겹침에 의한 환        기하학적 추상회화에 직관성을 들여와서 역동성과 생동감을 더해 보고자 하
        영 같은 형상으로 인해 공간감이 느껴지며 이는 작품 감상에서 중요하게 작        였다. 속도, 리듬감 있는 붓질, 광학적 성격을 지닌 색채, 색의 번짐을 이용하
        동되는 기저가 된다고 생각을 전하였다. 이는 프란츠 클라인(Franz Kline/미  는 것도 이러한 의도 때문이다.
        국/1910~1962)이나 피에르 술라주(Pierre Soulages/프랑스/1919~2022)의
        흰 캔버스를 배경으로 검정의 격정적인 붓획이 형성하는 우주를 연상시키는         선으로 이루어진 추상은 가장 순수한 궁극의 조형미를 나타낸다고 판단되기
        공간감과는 다르다. 곧은 직선과 선명한 색 때문일까? 작가의 작품에서 느껴       에 시대와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사랑받아왔다. 작가에게 가장 순수한 궁극
        지는 공간의 울림이 큰 탓이기도 하기에 작가를 선, 형, 색, 공간으로 묶어 생    의 조형미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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