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9 - 전시가이드 2024년 07월 이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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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상) 사찰 합각의 단청 만자문
(좌하) 파리 루브르 박물관의 감마디온
(중상) 팰리스 오브 파인 아트의 감마디온
(중하) 로마 바티칸 박물관의 감마디온
(우상) 로마 바티칸 박물관의 모자이크 감마디온
(우하) 로마 평화의 제단의 감마디온
쓰였으며, 초기 그리스도교와 비잔틴 문화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북부 독일이 ~BC44)가 암살된 이후 끊임없이 계속되는 내전과 정복 전쟁에 시달렸으나 이
나 스칸디나비아 반도에서도 나타나며, 중국 한(漢) 시대에는 혜성을 나타내 때부터 모든 전쟁이 끝이 나며 평화와 번영의 시대가 찾아왔음을 보여주는 상
는 기호로 쓰이기도 했다. 징적인 기념물로 삼게 되었다.
현대에 들어와서는 그 쓰임이 보다 더 광범위해져서 벽지나 직물의 문양, 건물
의 벽이나 담장, 도로 등 우리 생활 주변에서 폭넓게 쓰이고 있다. 구조는 낮은 계단 위에 조각을 새긴 네 개의 벽이 제단을 둘러싸고 있으며 벽
의 안쪽에는 나무 기둥 울타리, 황소의 두개골, 술잔, 화환 등 실제 제사에 쓰였
회화에서는 만자문이 쓰인 예를 거의 본 적이 없지만 건축과 공예에서는 매 음직한 물건들이 조각되어 있다. 네 벽면의 바깥쪽에는 각기 다른 주제의 조각
우 흔하게 쓰였다. 로마 바티칸 박물관이나 런던 대영 박물관, 파리 루브르 들이 새겨져 있는데 서쪽과 동쪽 벽면의 상단에는 전쟁의 여신인 벨라트릭스
박물관,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팰리스 오브 파인 아트(Palace of Fine Art)에 와 대지의 여신인 텔루스를, 하단에는 당초 넝쿨과 꽃들을 새겼으며, 상단과
서도 만자문을 볼 수 있다. 팰리스 오브 파인 아트는 니콜라스 케이지(Nico- 하단의 중간에는 일직선으로 연속된 만자문을 멋지게 새겨 넣었다.
las Cage, 1964~ )가 주연한 영화 더 록(The Rock)에서 숀 코네리(Thom-
as Sean Connery, 1930~2020)가 딸을 만나는 장면의 배경으로 소개되어서 전체적으로 그리스 고전기의 뛰어난 조각 기법을 계승하면서 헬레니즘의 영
더 잘 알려졌다. 향을 받아 세밀하고도 우아한 동세가 뛰어나다. 그러나 이처럼 높은 예술적
가치에도 불구하고 팍스 로마나(Pax Romana)라는 역사적 기념비로서의 가
로마에서 만자문을 찾아 보려면 평화의 제단이라고 부르는 아라 파치스(Ara 치가 더 높이 평가되고 있다. 이 제단은 중세 시대를 거치면서 파괴되었다가
pacis)를 보길 권한다. 이 제단은 기원전 13년 에스파니아와 현재의 프랑스인 16세기 중반 처음으로 제단의 일부가 발견되면서 발굴이 추진되었고, 유럽 각
갈리아에서 돌아온 로마의 초대 황제인 아우구스투스(Augustus, BC 63~AD 국의 미술관에 파편들이 소장되어 있으며, 현재의 제단은 무솔리니 집권기에
14)에게 원로원에서 로마의 신들에게 평화가 오래 지속되기를 기원하는 목 보수되어 지금의 위치에 놓이게 된 것이라고 한다.
적으로 헌정되었다.
이렇듯 만자문은 단지 불교를 상징하는 기호로서만이 아니라 동서양을 가리
로마제국은 기원전 44년 율리우스 카이사르(Gaius Julius Caesar, BC100~ 지 않고 전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는 기하학적인 문양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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