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8 - 전시가이드 2024년 07월 이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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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청과 컨템포러리 아트



































        로마 평화의 제단(Ara pacis) 전경







        단청의 만자문과 감마디온                                   자인 감마(Γ)가 4개 모인 모양과 같아서 붙여진 이름이며, 만자문과 형태가
                                                        똑같은 문양이다. 고대 원시 종교로부터 유래된 신앙의 대상을 상징하는 표식
                                                        이며, 강한 힘을 의미하는 기호로 쓰여진 문양이었다. 이와 유사한 문양으로
        (gammadion)                                     서 갈고리 십자가인 하켄크로이츠(Hakenkreuz)는 역만자(卐) 형태로서 독일
                                                        어로 갈고리(Hooks)를 뜻하는 하켄(Haken)과 십자가(Cross)를 뜻하는 크로
                                                        이츠(kreuz)가 합성된 단어이다. 독일 나치즘(Nazism)의 상징으로 사용되어
        글 : 박일선 (단청산수화 작가, (사) 한국시각문화예술협회 부회장)
                                                        지금은 혐오와 기피의 대상이 되었다.
                                                        만자문은 중국의 한자로 쓰이기 이전부터 고대 인도를 비롯해 페르시아, 그리
        만자문(卍字文)은 만자의 사방 끝이 종횡으로 계속 늘어나고 이어져서 무한        스 등 다른 여러 나라에서도 사용되었으며, 브라만교와 자이나교 등 다른 종
        장구(無限長久)와 길상만덕(吉祥萬德)을 의미하며, 상하 좌우로 배열하면 돌       교에서도 사용했다고 한다. 만(卍)은 고대 인도인들이 태양을 상징하는 것을
        림문양(回紋)이면서 번개문양(雷紋)이기도 하다.                      표현한 것으로 본래는 글자가 아니고 상(相)을 상징한다. 불교 전래 이후 우리
                                                        나라나 중국, 일본에서 불교를 상징하는 문양으로 사용하였다. 그러나 조선시
        사찰이나 불교의 표식으로서는 산스크리트어로 스바스티카(svastika) 또는      대에는 사대 모화주의를 신봉하던 양반 계층에서 길상만덕의 의미로서 만자
        슈리바차(shrivatsa)라고 하며, 길상해운(吉祥海雲) 또는 길상희선(吉祥喜旋)  를 사용하였으며, 만자가 지닌 뛰어난 조형성은 단독문양 또는 복수로 여러
        으로 번역한다. 만(卍)을 중국어로는 완으로 발음하기 때문에 완자문이라고        개를 연결한 연속문양으로서 쓰이게 되면서 점차 일반 백성들 사이에서도 널
        부르기도 한다. 만자문의 구조는 동서남북의 십자형을 기본으로 해서 그 끝에       리 쓰이게 되었다. 특히 양반들의 생활 공간인 사랑방에서 사용하는 서안이나
        왼쪽으로 90도로 꺾인 가지가 붙어있는 형태이다. 4개의 가지가 붙은 십자형      경상, 책장, 고비 등의 가구에 만자문을 투각하거나 음양각(陰陽刻)을 하였으
        은 동쪽에서 서쪽으로, 지구의 한 끝에서 다른 한 끝으로 옮겨가는 태양의 궤      며, 능화판의 장식문양으로도 많이 사용되었다.
        적에 따라 움직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고대인들은 만자가 오른쪽으로 돈다
        는 것을 우주와 태양계의 회전 운동과 같은 의미라고 생각해서 도시나 궁성을       이러한 만자문은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적으로 절을 뜻하는 한자 또는 불교를
        세울 때 남북을 축선(軸線)으로 건물을 배치하고, 동서남북의 사방으로 사대       상징하는 기호로 인식되고 있지만, 불교 발생 이전부터 존재하였던 대표적인
        문(四大門)을 두어 십자 형태를 취하였다. 이는 우주 원리에 따라 하나의 소우     기하학적 문양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문양 중에 하나로서 아시아에
        주로서 의미를 부여한 것이라 생각된다.                           서부터 유럽, 아프리카, 아메리카 등 전 세계에서 두루 폭넓게 사용되었기에
                                                        불교를 믿지 않는 나라나 민족에게서도 만자문을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인
        서양에서는 이를 감마디온(gammadion)이라 하는데 그리스 문자의 셋째 글     류 보편적인 문양이라 생각한다. 메소포타미아와 그리스의 고대 문명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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