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3 - 전시가이드 2024년 07월 이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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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양오행도, 120x120cm. 목판에 옻칠 안료, 2024.                  흐름. 98×118cm, 목판에 옻칠 한지 안료








            기본으로하는 담론으로 창작의 세계를 열어 나감을 강조 한다.               순백색대신 계란껍질을 이용하여 붙여서 표현하거나 티타늄화이트를 섞어서
                                                            발색하는 등 다양한 조색 방법을 모색하고 실험하기를 당연시 한다. 습도, 온
            근작 ‘흐름’ (목판에 옻칠 한지 안료. 98x118)은 우리 전통의 오방색에 근원하  도 등 환경에 따라 다 다른 결과를 가져 오는 것 또한 옻칠의 묘미이다. 옻의 특
            여 木(푸른색), 火(붉은색), 土(노란색), 金(흰색), 水(검은색)을 기본으로 하는   성상 채색과정은 붓의 운필보다는 원하는 발색을 찾기 위해 반복되는 수많은
            채료의 물성을 자연 그대로 이용한 채색 과정을 통해 자연 순환의 의미를 부       사포질이 작가의 노동력으로 희생하게 한다. 또 나무수액인 옻의 무게가 그리
            여 하고자 거칠은 텍스처(texture)마져 화면에 그대로 감상할 수 있게 해준다.   가볍지 않아 작업이 진행될수록 육체적 노동력은 작가의 창작의욕을 덮을 만
            회화에서의 질감 표현은 터치의 강약과 색의 농담 등으로 다양한 표현이 발로       큼 큰 부담으로 작용될 수 있다. 100호이상의 대작을 옻 이라는 채료의 물성으
            된다. 작가는 옻칠의 베이스에 제각기 다른 염료와 재질을 가미하여 그 물체       로 표현의 만족을 이루기까지 그 큰 산고의 고통을 이겨내는 힘과 작가 정신
            의 표면에서 느껴지는 시각, 촉각의 다변적 느낌을 통해 추상적 화면의 미학       에 숙연함을 가지게 된다. 최윤진작가는 이번 전시를 옻과의 인연으로 이어온
            적 특성을 더욱 높이 반영 할 수 있게 한다.                       20년의 시간을 되돌아보는 또 하나의 의미로 준비 하였다.
            ‘음양오행도’(목판에 옻칠 안료_120x120cm. 2024)는 자개와 옻칠의 전통적인   “점차 쇠퇴하겠지만 아직은 정신이나 육신이 예술 노동하기에 충분하다. 그
            기법을 모티브로 하여 전통과 현대회화의 접목을 통한 표현으로 재창작 하는        림을 그린다는건 내게 놀이이고 참선이며 기도이고 기복의 행위이기도 하다”
            과정의 작업이다. 얇은 띠로 자른 자개를 오행을 다섯방위로 계속 돌아감을        -최윤진 작가노트중-
            표현함으로서 음양과 천지만물의 자연 이치에 따른 인문적 동양철학의 의미
            를 담는다. 보통 작업에 열중할 때는 몇 시간씩 손가락을 움직일 텐데 얇은 자     옻의 주성분인 우루시올의 도막은 그 깊이를 시각화하기까지 인내의 시간을
            개를 붙이기 위해 몰입하여 집중하는 수고로움을 이겨내는 일련의 작업 과정        가져야 한다. 시간의 욕심을 가진다고 하여 건조가 빨리 되거나 욕심껏 두께
            을 볼 때 작가의 작업 열정에 경탄하지 않을 수 없다. 요철부분은 음양의 표현     를 얹는다 해도 그 두께를 용납하여 주지 않는 것이 옻칠이다. 원하는 습도와
            으로 세상 모든 것은 음과 양으로 이루어짐을 표현하였다. 작가는 옻칠과 자       온도 등 자연환경에 대한 매우 예민한 부분까지도 쉽게 타협하지 않는 것이 옻
            개의 전통 기법을 장식에만 그치지 않고 동양철학에 근거한 면의 분할과 옻        칠이다. 최소한의 두께로 도막을 형성하고 문질러 깎아 내며 다시 그 위에 새
            색의 재창조를 통해 현대 회화로의 새로운 감상의 세계를 모색한다. 전작의 ‘      로운 도막을 얹고 또 깎아내기를 수회 반복하여야 만이 비로써 심연으로부터
            무시무종’, ‘요철의 향연’등 일련의 작품전에서 이어지는 최윤진의 창작은 옻      올라오는 옻칠의 심미감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선대의 칠장들이 그러 했듯이
            칠이라는 전통을 이어 색이라는 조형의 언어를 현대회화로 새롭게 창작하는         수많은 사포질과 도막을 입히는 과정은 작가에겐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담론으로 연결선상에 있다.                                  것 임에도 20여년의 창작의 과정을 정직하게 인내하며 작업을 이어오고 있는
                                                            점에 최윤진개인전 전시장의 무게감을 더욱 깊이 공감하였다. ‘전통은 과거의
            ‘64괘’ (목판에 옻칠 안료 자개 60x90cm, 2024)는 64괘를 원의 도형안에 새겨   한 조각이 아니라 미래의 열쇠’라 한다. 전통기법을 현대 회화로 열어 나가는
            넣어 정방방향으로 재배치하고 순수 옻칠과정의 반복 과정에서 발로되는 우         소산 최윤진작가의 작업세계를 응원한다.
            연성의 발색마저 수용하여 천체 우주의 심미감을 통해 작가가 이상(理想)하
            는 자연의 이치, 개념을 표현하고자 한다. 옻칠은 일반 서양화 채료보다 채도      참고자료
            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으나 이를 극복하는 것 역시 작가의 몫으로 최윤진은        천연 도료 '옻칠' (전통 속에 살아 숨 쉬는 첨단 과학 이야기, 2012. 4. 30. 윤용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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