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9 - 전시가이드 2021년 08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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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cert, 53X65cm, Mixed media on canvas



            III. 사회적 인간, 익명의 사람들                            문이다. 그는 캔버스 위로 옮겨 부착한 실리콘 얼굴에 어울리도록 몸의 형상
            유념할 것이 있다. 앞에서 그의 그림을 해설하듯이 쓴 필자의 텍스트는 허공       을 그려 넣으면서 캔버스 위에서 무한 변주하는 회화의 마법을 펼친다. 그는
            에 날아간다.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그의 그림에 대한 해설은 달라지기 때      실리콘으로 외곽선을 잡은 얼굴 형상의 빈 부분을 여러 색의 물감으로 채우거
            문이다. 그의 그림 읽기 혹은 그림의 의미 찾기 행위에 관객의 상상을 촉발하      나, ‘다양한 포즈, 형상의 몸’을 얼굴 아래 그려 넣는다. 미리 만들어진 실리콘
            게 만드는 이러한 지점은 신흥우의 인물상이 그다지 구체적이지 않아서 생         얼굴들은 빈 캔버스로 옮겨져 길거리를 걷는 사람 혹은 갤러리를 방문한 사람
            긴 현상이기도 하다.                                     이 되거나 음악 연주회에 초대받은 사람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그가 실리콘으
                                                            로 부지런하게 그린 얼굴 형상은 그가 부여하는 새로운 몸을 입고 새로운 환경
            그의 인물상은 웃고 있는지, 슬픔에 빠져 있는지, 즐거운 것인지 화가 난 것인     속으로 잠입해 들어가서 새로운 이야기들을 그려나간다.
            지 판별하기 어려운 표정을 우리에게 선보인다. 실리콘으로 쏟아내는 즉발적
            드로잉으로 만들어진 탓에, 그의 얼굴 형상이 품은 감정 표현이 구체적으로        화가 신흥우가 실리콘 얼굴 형상을 새로운 맥락 속에 위치시켜 만든 이야기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은 작가가 의도하는 바다. 구체적인 감정 상태를      는 무엇에 관한 것인가? 그것은 ‘사회적 인간(social man) 혹은 익명의 사람
            가늠하기 어려운, ‘그림 속의 사람들’의 얼굴 표정은 ‘실리콘 건’에 의해서 밀려   들의 소소한 일상 이야기’다. 그것은 목적지를 향해 길을 걷고, 누군가와 대화
            나오는 실리콘이라는 질료를 단숨에 그려내는 즉발적 회화 행위를 통해서 무        를 나누고, 식사를 함께하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대다수 사람의 지극히 평
            작위적으로 화면 위에 드러난다. 실리콘이 끊어지지 않게 단숨에 그려내는 즉       범한 이야기다. ‘누구’라는 특정인이 아닌 ‘누구나’라는 보편적 사람들의 이야
            흥적 회화 방식은, 때로는 카툰의 해학적 인물처럼 때로는 친근하고 익숙한 아      기 말이다. 여기에는 사회 제도 속에서 삶을 이어가는 ‘사회적 인간’과 사회 구
            동화 속 인물처럼, 형상을 왜곡하면서 투박한 외곽선을 만든다. 마치 신이 인      성원으로서의 존재라고 하는 ‘익명성의 인간’이라는 주제 의식을 표방한다.
            간을 창조하듯이 실리콘으로 한 사람, 한 사람의 얼굴 형상을 만들어내는 신       '사회적 인간'이란 "개인이 끊임없이 집단과 관계하며 사는 모습"을 지칭하는
            흥우의 창작은 또 다른 창작으로 연결된다. 실리콘으로 만들어진 무수한 얼굴       사회학 용어이지만 철학적으로는 “인간이 사회적으로 되지 않을 수 없는 상
            드로잉 형상을 빈 캔버스에 옮겨 부착하고 집단 초상화를 만들기 시작하기 때       태”를 가리킨다. 사람이란 홀로 살 수 있다고 선언하더라도 결코 그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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