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4 - 전시가이드 2021년 08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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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연 컬럼
관찰자 시점으로 포착되는 한지민의 공간 속 인물들
글 : 이주연 (경인교육대학교 교수)
흰벽_oil on canvas_53.0×53.0㎝_2020
그동안 한지민 작가의 작품을 눈여겨 봐왔다. 배우가 악역을 맡는다고 실제 작가는 작업 외에 근래에 책 <혼잣말>(KONG, 2021)도 발간했다. 일반적으로
악인이 아닌 것처럼 작가가 고독감을 표현한다고 실제 작가까지 외로운 상태 미술가들은 작업에 대한 발상을 위해서, 작업에 대한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한
는 아닐진대 실감나는 연기 때문에 악인으로 착각되듯 절절하게 표현된 적막 까닭에 이에 대한 보완으로, 아니면 드러나지 않았거나 읽혀지지 않은 작가로
감은 작가의 심적 상태와 동급인 것만 같다. 서의 삶의 단편에 대해 글을 쓰기 때문에 이 책이 작가의 작업과 어떤 연관성
을 가지는지 궁금했다. 그러나 작가는 사전 계획이나 의도로 출판을 한 것이
처음부터 신원 파악이 중요한 것은 아니었지만 몸 전체를 보여주지 않고 어딘 아니라서 작업과는 연관이 없다고 하였다. 그러나 제목인 <혼잣말>에서, 그
가에 가려져 부분만 보이는 인물들로 인해 그들이 누군인지 궁금해진다. 그래 리고 <모노로그>라는 예전 전시명을 떠올렸을 때 작가는 다른 이를 배제시
서 더 호기심이 자극된다. 그들은 누구일까. 작가의 작품 속에는 늘 뒤돌아서 키고 철저히 자신만의 전지적 관찰자 시점에서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전한다
있거나 얼굴이 보이지 않는 인물들이 어딘가에 기대어 있는데, 무방비적인 나 는 점에서 작업의 형태가 무엇으로 변환되든 공통점이 발견된다. 작가는 관람
른한 자세 자체가 보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지만 과감한 공간 구성, 뿌연 듯 건 객들이 자신의 작품을 볼 때 자신 또는 자신이 아는 누군가를 떠올리며 감상
조한 무채색의 색처리도 시선을 강력하게 잡아끈다. 이렇듯 인물의 자세, 공 하라고 조언한다. 그렇다면 작가의 시점을 공유하는 관람객들은 이 모든 상황
간 구성, 색채가 서로 경쟁하듯 우열을 가리기 어려워 이 가운데 무엇을 더 중 을 관조하면서 익명성이 보장된 관찰자로서 작가와 공범자가 되어 자신만의
요하게 여기는지 작가에게 질문했더니 모든 것이 다 중요하지만 그중에서도 시선으로 모퉁이를 도는 여인, 등을 보이고 누운 인물, 어둠을 배경으로 서 있
인물의 자세를 제일 중요하게 여긴다고 하였다. 작업 초기에는 궁금증을 자아 는 소녀, 미술관을 돌아다니는 사람, 의자에 몸을 숙이고 앉아 있는 사람같이
내는 그림, 보는게 아니라 읽히는 것처럼 이야기가 느껴지는 그림을 그리다가 익명으로 가려진 사람들을 ‘관찰하고 또 느낀다’. 인물들은 어딘가 알 수 없는
지금은 보다 더 인물의 감정에 집중하여 작업한다고 작가는 말한다. 공간 속에 있지만 그 공간은 연극 무대처럼 한 면만 있는 듯이 단순해 보이기
도 하고 때로는 Herman Bas의 <Choose Your Own Adventure>에서 봤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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