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6 - 전시가이드 2021년 08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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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덕 컬럼
달항아리(자화상)3. 70호. 한지에유화. 2021 청자(자화상)1. 80호. 한지에유화. 2020
캔버스위에 소성되는 전통도예의 혼 많은 회화작가들의 다양한 창작활동의 노력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그 결과
미술애호가와 전시장을 찾는 감상자들에게 새로운 감상의 세계를 경험하게
서양화가 박 규 열 함은 물론 미술회화 표현을 통한 인문학적 접근으로 시각적 경험과 함께 다원
적 감수성을 자극하는 경험을 제공해 주고 있는 것 이다.
김재덕 (갤러리한 관장, 칼럼니스트) 서양화가 박규열은 서양의 캔버스에 동양의 한지를 배접하고 그 위에 도자기
를 빚는 마음으로 사실적인 형상으로 도자기를 묘사한다. 캔버스에 배접된 한
지 위에 도자기를 그리는 과정에서 다양한 채료를 섞어 채색하는 과정에서 마
회화작가들이 창작의 모티브(motif)로 하는 전통도예의 정신과 혼의 표현은 티에르(matière)를 낸 후 긁고 파내며 다시 지우고 그리기를 반복하는 과정들
작가마다 자신만의 독창적 표현기법과 다양한 오브제(object)의 사용으로 감 속에서 도자기 본연의 질감과 빙렬(氷裂)의 움직임을 묘사해 나간다. 캔버스
상의 확장성을 이루고 있다. 고려청자와 조선기의 백자에 이르기 까지 융성했 에 한지를 배접하는 일련의 과정은 붓의 선필감이 좋은 점과 거친 질감을 내
던 우리나라 전통 도예의 자취를 회화로 재해석하는 과정을 통해 옛 도공들의 기 위한 방편으로 작업의 기초 과정에서 의례적이 되었다. 도자기 표현에 있
체취와 미감(美感)을 직접적으로 느껴 보고자 많은 작가들이 다양한 표현방 어서는 최상의 마티에르 효과를 내기 위해 조각칼을 가지고 파거나 홈을 내어
법으로 천착(穿鑿) 해 나가고 있다. 현대회화 작가들이 이를 위해 옛 도공의 숨 질감을 주고 그 질감을 구체화하기 위해 붓터치를 더해 주는 과정을 반복하는
결을 창작의 모티브로 삼고 작가들에게 현재의 시점으로 회화 표현의 영감을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물감을 바르고 다양한 오브제를 캔버스 위에서 직접
던져줌으로 창작의 새 지평을 열고 있다. 옛 도공들의 혼이 현대적으로 새롭 혼합을 한 후 조각칼로 파내기도 하였으며 마티에르가 표현될 수 있도록 작
게 표현되는 과정 속에 우리나라 전통도자기의 얼굴이 다양한 재창조의 결과 업 과정에서 질감 표현이 중요시 되었고 돌가루등 가용할 재료를 사용하여 깍
물들로 나타나고 그를 감상하게 하여 심미감(心美感)을 더욱 발현(發現)해 주 아내거나 갈아내는 작업을 하는 등 각 재료에 맞는 많은 재료의 접근을 실험
고 있다. 이를 통해 전통 도자기의 순 기능을 이해하고 독창적인 모티브와 오 적으로 적용해 보았다. 채료에 있어서도 기성 안료에 의지하기 보다는 고정의
브제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 우리의 전통 도예가 현대적인 감각의 새로운 회 관념을 넘어서는 동양화물감, 아크릴, 커피물, 오일파스텔 등 주변에 볼 수 있
화표현의 다양한 창작 활동의 결과로 나타나 우리나라 도공들의 얼과 미적 감 는 그 어떠한 채료도 작가의 관심밖에 머무르는 채료는 없었다. 이러한 다양
수성을 현 시점으로 이어주는 심연(深淵)의 맥을 볼 수 있다. 즉, 현대회화 표 한 채료의 과정 후 회화의 맛을 배가 할 수 있는 작업의 마무리는 유화물감으
현의 다양한 응용 창작의 과정에서 회화적 모티브는 물론 표현과정의 직접적 로 정리하여 주제의 완성도 높은 리얼리티를 구현 하였다.
오브제로 전통 도예사상이 적용되고 있으며 그러한 혼을 계승하고 알리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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