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7 - 전시가이드 2021년 08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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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항아리(자화상)6. 70호. 한지에유화. 2021



            “붓으로 빚는 나의 도자기는 내 삶의 모든 것을 담고 있어요. 도자기 그림은 내    다. 나의 자기는 사람들 각자의 삶도 담는 자기이기 때문이다. 자문과 사람들
            마음의 자화상이죠. 도자기에 드러난 선과 균열은 내 삶의 경험이 드러난 손       의 질문에 명쾌한 답을 가지고 칼을 들어야 한다.”      -박규열 작업노트중-
            금과 같아요. 캔버스에 한지를 덧붙이고 다시 그 위에 사실적인 형상으로 묘
            사합니다. 얼핏 보면 이미지가 단순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도자기를          2020년작 [청자(자화상)1] 작품의 병목부분의 정확한 묘사와 달리 도자기의
            그렸다가 지우고, 다시 그리기를 반복한 것입니다.”                    몸통부분은 표현에 있어서 단순화되는 과정이 나타나는데 작가는 그리는 단
                                       -2020.7.25. 박규열. 고양신문-  순한 행위를 벗어나 우연성에 근거한 채료의 드리핑과정에서 회화성이 더해
                                                            지는 독창적인 표현의 세계를 의도하고자 하였다. 도자기의 질감을 나타내는
            작가는 장지위에 유화로 작업을 하다가 근작에 들어서는 캔버스에 직접 그림        빙열부분도 연작(聯作) 초기 직접 붓으로 그려 나갔으나 근작에서는 재료기
            을 그리는데 아침에 아무런 의미 없이 물감을 드리핑(dripping)하고 나간 후   법적인 자연스런 채료의 트임을 통한 표현으로 그림의 경직을 완화 하고 있
            일과를 마치고 작업실에 오면 몇 개중 한 두 개정도 마음에 드는 문양을 골라      다. 그는 자신만의 도자기 표현세계를 계속 시도하고 있으며 점차 도자기 자
            내어 그 물감의 흐름에 대한 느낌에 따라 도자기를 오버랩(overlap)하여 표현   체의 형상에 연연치 않고 도자기라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비형상의 표현으로
            하는 작업을 하게 된다. 작가는 작업의 시작을 계산된 의도한대로의 작업 보       창작의 변신을 시도 하고자 한다.
            다는 드리핑 과정에 있어서 드리핑의 우연성에서 영감을 얻어 내는 과정을 창
            작의 시작점으로 삼는다. 우연성의 효과는 작가에게 새로운 영감을 이끌어 내       서양화가 박규열은 전업작가로서 지금껏 쉬지 않는 창작활동을 이어왔다. 작
            는 수단으로 작업의 준비과정에 있어서 중요시하게 생각하고 있는 부분이다.        업실에서의 작업 외에 후학 지도를 위한 생활을 병행 하고 있으며 학생들과의
            물감이 캔버스 위에서 갈라지는 자연스런 현상과 도자기 고유의 형태를 없애        만남을 소중히 하고 있다. 학생들과의 만남에서 생활의 원동력이 있음은 물
            기보다는 도자기의 소성과정에서 나타나는 허물어지는 형태도 소중하게 보          론, 후학들의 지도 과정에서 그 또한 새로운 에너지를 얻고 많은 것을 배우게
            고 다양한 우연성을 담아내고 싶었으며 그에 대한 고민의 연장선의 과정으로        된다는 지론이다. 작가에 있어서 동일한 소재의 표현은 자칫 창작의 윤리문제
            보고 있다. 작가 박규열이 여타의 도자기 화가들과 다른 점은 적확(的確)한 묘     시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박규열의 도자기 표현은 그만의 채료와
            사에 치우치기 보다는 이러한 우연성에 근거한 영감에 따른 작업의 과정과 재       기법의 독창적인 세계가 확고하며 이러한 측면에서 많은 작가들이 제 각각의
            료기법적인 적용의 독창성이 있는 점이다.                          독창성을 근거로한 실험과 연구정신이 확산 되어질 때 옛 도공들의 혼을 잇는
                                                            한국화단의 건전한 창작세계가 확대 될 수 있을 것이다.
            “도자기는 자화상이기도 하다. 자기는 나의 마음 그릇이다. 자기는 내 삶을 묵
                                                            참고자료
            묵히 들어주는 고마운 상대다. 자기가 드러낸 수많은 균열들은 손에 그어진
            손금처럼 내 삶의 경험을 비춘다. 나는 도자기의 문양을 그을 때 마다 많은 고     2020.6. 김재덕. 전통도예사상의 회화표현. 월간전시가이드.
            민을 한다. 작가는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 그러나 자기에 조각칼로 새기거나       2020.7.25. 박규열 인터뷰. 고양신문
            칼로 도려내어 문양을 표현 할 때 마다 나는 선을 단호히 선택 못할 때가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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