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1 - 전시가이드 2021년 08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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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력한 현대미술비평가 Miranda Sawyer와 함께한 라이언 갠더 ⓒADAGP-DACS





                                           ADAGP 글로벌 저작권자로 등록되었다는 의미는 곧,
                                   전 세계 조형미술 생태계에 작가 고유의 ‘개인 브랜드’를 정통 계보에 올림으로써
                                  시장 경쟁력 및 인지도의 확장여부를 투명하게 추적할 수 있는 기대 효과를 동반한다.





            한편으로 시선을 돌려보면, 미술관 구석에 1만원권 지폐가 은둔하듯이 붙어        결론적으로 여느 사조와 계파에도 속하지 않는『개인적 실험』분야에서 <브랜
            있다. 바닥 부근이라서 고개가 삐딱한 자세를 취해야만 겨우 눈에 뜨일 정도이      드 가치>와 <시장 경쟁력>을 입증할 수 있고 또 이를 검증할 <수단과 방법>
            다. 그런데 위조가 아닌 실제 지폐라는 점에 반전이 숨어 있다. 그 위에 검은색    마저 완벽하게 보유한 글로벌 청년 거장이 바로 라이언 갠더인 셈이다. 더군
            사이 펜 손 글씨로 “THESE FROZEN MOMENTS OF TIME WILL NOT STAY   다나 세계 곳곳에서 글로벌 정상급 ‘시장 경쟁력’을 확보한 브랜드로 자리매
            IN MIND FOR LONG”이라는 문장이 적혀있다. 장난 같지만 엄연한 작품제목   김 했다는 점에 주목하자. 그도 모자라 유럽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글로
            『기록하기엔 너무 모호한 아이디어(2021)』캡션이 발견된다. 여기서 ‘돈’을 미   벌 인지도가 높은【ADAGP 글로벌저작권자】라는 점에서, ‘투자가치 및 브랜드
            끼로 행인들의 반응을 살피는 <몰래 카메라식> 코미디 프로그램이 연상된다.       경쟁력’이 확실하게 보장된 작가이다. 참고로 라이언 갠더는 전 세계적으로 ‘
            관객은 이 한 장의 ‘지폐’에 잠시 눈을 빼앗겨 재화로서의 돈과 그 실질적 가치    작품 가격’이 50만 £(파운드) 선에서 형성된 몇몇 되지 않는 ‘블루칩 작가’이다.
            에 대해 자문해 보다가, 마침내 지폐 위에 명시한 “이 얼어붙은 시간이 마음 속    ADAGP 글로벌저작권자 연합회 공식 사이트에 게재된 등록 페이지에서 주지
            에 오래 머물지는 않을 것”이라는 메모처럼 자리를 뜨게 된다. 여기서 주최측      할 수 있듯이, 국내·외 미술시장을 막론하고 모든 ≪저작권≫의 수혜를 완벽
            은 “전시가 끝나면 실시간 화상으로 작가 입회 하에 작품(돈)을 파기할 예정”     하게 누리면서도 동시에 ≪추급권;재판매권≫의 특혜마저 싹쓸이 하고 있는 ‘
            이라고 밝혔다. 어쩌면 그 동기가 현대인에게 허락된 <잠시 멈춤>이 결코 안      전천후 리베로형 작가’이다. 따라서 【ADAGP 글로벌저작권자】로서 라이언 갠
            착될 수 없다는 점을 시사해 주는 퍼포먼스가 아닌가 싶다.                더의 특징은, 자신의 작품 성향에 확고부동한 ‘자부심’을 표출하는 동시에 기
                                                            존의 ≪미술생태계≫에 만연한 <엘리트주의>와 <속물주의>를 비판하는 별
            이상과 같은 같은 방식으로 갠더는 인간이 소통을 위해 의도적으로 만든 '관       칭 그대로 ‘개념 있는 작가’인 셈이다. 이는 ‘나’와 다른 부류와는 섞이지 않고 ‘
            습적 기호', 그런 의도가 없지만, 본의 아니게 무엇인가를 말하는 '자연적 기호'   끼리끼리’ 뭉치는 경향을 보이는 국내 화단의 <엘리트주의>에 분명한 경종을
            로 나눠 세상을 바라보고, 자신의 작품을 그사이에 위치시킨다. 특히 그는 우      울려준다. 동시에, 겉으로는 고질적인 층층 시하의 ‘종적 구조’를 빌미로  ‘작
            연적 단서로 가득 찬 자연적 기호가 얼마나 세상에 많은지 환기시켜 준다. 정      품성’을 들먹이면서 경쟁시장을 잠식해 들어오는 아마추어 작가들을 비난함
            답은 없으며 작가는 그저 힌트만 던질 뿐이다. 다만 작가의 작품 세계에서 중      에도 불구하고, 돈만 된다면 ‘제자 것이라도 베끼기’를 서슴없이 자행하는 국
            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주제는 시간이다. 시간은 변화의 다른 말이며, 영원한       내 화단의 <이중인격적 속물주의> 근성에 비춰볼 때 자못 시사하는 바 크다.
            것은 없음을 보여준다.
            1) 라틴어로 '만인을 위한'이라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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