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0 - 전시가이드 2021년 08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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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현 컬럼
ADAGP 글로벌저작권자 연합회 공식사이트에 게재된 라이언 갠더 등록 페이지
ADAGP 옴니버스 1) 가 논쟁적이며 역사적인 작품이 놓였던 자리임을 알 리가 없는 기계 고양이는
현실과 가상, 예술 사이를 잇는 역할을 한다.
열전(36) 또한 브로이어 의자, 르 코르뷔지에 의자 등 디자인 사에 기록된 유명한 의자
는 옆으로 눕히거나 뒤집어 놓았다. 넘어진 의자는 한동안 눈을 맞은 듯한 모
습이다. 대리석 수지로 만든 눈과 버려진 듯한 의자는 무너진 왕좌를 상징하
글 : 김구현 (AIAM 미술 경영연구소 대표)
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고양이 좌대와 더불어 비뚤어진 미술시장에 대한
비판으로도 해석된다.
지난 6월 24일부터 개막한 라이언 갠더 개인전 「변화율 (The Rates of
Change)」 전시장 곳곳에는 흰색 좌대 위에 누운 고양이가 보인다. 에바 헤세, 이 밖에도 공간과 맥락에 따라 새로운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평범한 사물들이
수잔 힐러, 브루스 매클린, 조나단 몽크 등 세계적인 조각가들의 작품이 놓였 여럿 보인다. 오래 전에 사용하던 벽돌 크기의 전화기는 ‘스마트 휴대폰’ 세대
던 좌대를 같은 형태로 제작했다. 에게는 새로운 물건으로 보일 수도 있다. 바닥에 떨어진 아이스크림은 청동
에 색을 칠한 것이다.
미술관 곳곳에 놓인 좌대들을 점령한 고양이들은 언뜻 보면 실물 같지만, 라
이언 갠더가 만든 가짜 고양이들이다. 실감나게 제작된 모형 고양이들을 그는 라이언 갠더의 무한한 ‘상상의 공간’을 연출하는 스토리 텔링은 여기서 멈추
『불법 침입자들』이라는 제목이 붙었다. 고급 취향을 가진 배운 사람들, 그들만 지 않는다. 마치 세계명작동화 「시골 쥐와 도시 쥐」를 패러디 한듯한 『난 다시
의 예술 세계를 집도 소속도 없이 자유로운 길 고양이들이 점령하게 한 것. 갠 는 뉴욕에 가지 않을 거야』는 쥐가 파먹은 듯한 전시장 벽 구멍에 20파운드짜
더는 이들을 “인사이더의 세상에 들어온 아웃사이더”라며 “엘리트적 예술에 리 지폐를 구겨 넣은 작품이다. 인간에게는 소중한 돈이 쥐에게는 집을 고치
날리는 유쾌한 한 방”이라고 설명한다. 고양이는 숨 쉬는 것처럼 미세하게 움 는 자재일 뿐이다. 이러한 우화적 소재를 도입한 작가는 미술계에 만연한 <엘
직이지만, 고양이 형태의 로봇이다. 그저 좌대 위에서 고양이가 자는 듯한 광 리트주의와 속물주의>를 비판한다.
경이지만, 작품에 숨은 상징들이 다양한 상상을 부른다. 자신이 점령한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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