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8 - 전시가이드 2021년 08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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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현 컬럼














































        라이언 갠더, Magnus Opus, 맨체스터 아트 갤러리, 2013, ⓒADAGP







         에스프리누보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2010)≫, ≪프랑스 파리 팔레 드 도쿄(2012)≫, ≪맨
                                                        체스터 현대미술 센터(2014)≫, ≪벨기에 돈트-데넨스 뮤지엄(2016)≫ 등 세
        새로운 정신                                          계 주요 미술관에서 다수의 개인전을 가졌다. 라이언 갠더는 설치, 미디어, 회
                                                        화, 조각, 사진, 텍스트 등 다양한 장르를 통해 예술과 작가 개인의 경험에 대
                                                        한 이야기를 재치 있게 풀어내는 작가다. 그의 작품은 표면적으로는 간결한
                                                        모더니즘 미학을 담고 있으면서 장난기가 넘치지만 미묘한 의미를 함축하고
        글 : 김구현 (AIAM 미술 경영연구소 대표)
                                                        있다. 어울리지 않는 두 개의 물건을 병치함으로써 두 요소 사이의 기존 관념
                                                        에 대한 인식의 전복과 상상의 여지를 남긴다. 전시장에서 발견하기는커녕 무
        2012년 ≪카셀 도큐멘타13≫에서 한 영국 출신 개념미술가가 선보인 작품       심코 밟아버리기 딱 좋은 작품도 선보인 적이 있다. 2유로처럼 보이지만 가까
        은 대중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선사했다. 제목은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바람』     이에서 들여다보면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25유로짜리 동전 한 닢을 바닥에 떨
        이었다. 텅 빈 전시장 안에서 무엇을 보아야 할지 몰라 잠시 당황했을 사람들      어뜨려 놓은 것이다. 동전의 발행 연도는 2036년이었다. 사람들은 이 작품을
        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는가? 하지만 분명한 사실 하나는, 미술관을 서성이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고로 받아들인다. 이 작품의 원 제목은 『I Need Some
        가 우연히 기분 좋은 미풍이 스쳐가는 것을 느낀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라이        Meaning I Can Memorise』이며, ‘나는 내가 기억할 수 있는 의미가 필요하다’
        언 갠더라는 이름이 선명하게 각인되었다. 그의 작품은 언제나 사람들의 기        라는 뜻이었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 20세기 모더니즘과는 다른, 21세
        대를 무너뜨린다.                                       기 급변하는 현대사회에 적용되는 모더니즘적 <신개념주의(Neo conceptual
                                                        art)>라 명명했다. 그는 "작품이 다 달라 보여서 여러 작가가 참여한 것처럼 보
        라이언 갠더는 1976년 영국 체스터에서 태어나 현재 런던에서 작업하고 있       이지만 개념적으로 같은 주제와 이슈를 다루고 있다"고 강조하며 "각각의 작
        다. 2000년 이후부터 국제 미술계의 주목할만한 신진 작가로 부상하며 ≪비엔     품들은 하나의 스토리 텔링을 위한 장치들"이라고 덧붙인다. 2011년 ≪베니
        나 현대미술관(2007)≫, ≪샌프란시스코 CCA 와티스 현대 미술관(2007)≫,   스 비엔날레≫에서는 어린 시절부터 휠체어를 타고 다녔던 자신이 휠체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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