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7 - 전시가이드 2021년 08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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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문명의 하늘을 찌를듯한 첨단 과학 시대에 지극히 비합리적이고 능률이 나지 않는 것을
                                         붙들고 발버둥 치고 있으니 이런 바보짓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우리 도자기의 정체성을 지키고 우리 것을 세계에 내보이려면 국적 불명의 남의 것을 모방할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전통의 줄기를 붙잡고 이 시대에 새로운 형태의 도자기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을 100년마다 한 층씩 쌓아 5층 탑이 세워졌다고 할 때 우리가 할 일은 그 석
            탑을 송두리째 헐어버리고 새로 쌓는다든지, 아니면 구태의연하게 똑같이 옛
            것을 모방할 게 아니라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루는 또 다른 한 층을 올려놓는
            것이 우리의 임무라 믿는다.

            자랑인지 못난 소리인지 모르겠지만 우리 가마는 일체의 현대 기구를 배제하
            고 그 옛날 무명 도공들이 지켜온 그 수법으로 수비(水飛)에서 소성(燒成)까
            지 철저하게 지켜오고 있다. 최종적으로 용가마에는 우리 육송(陸松)을 껍질
            벗겨 장작으로 쓴다. 여기서 우리 육송을 언급한 것은 미송(美松)이나 왜송(
            倭松)을 안 쓴다는 이야기다. 왜냐하면 나무가 타면서 내뿜는 성분이 육송이
            어야 그 특유의 성분(그을음과 불길)이 살 속으로 스며들어 신비한 유약 역할
            을 해서 도자기 자체가 숨을 쉴 뿐만 아니라 오묘한 질감과 빛깔을 선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설령 이런 다기로 차를 마시거나 물을 마실 때 그 맛이 확연히
            다를 뿐만 아니라 푸근한 분위기로 우리를 기쁘게 해줄 수 있다. 현대 기구로
            구어 낸 도자기로는 언감생심 바라다볼 수도 없는 생명체의 경지라 자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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