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6 - 2020년 12월 전시가이드
P. 36
이주연 컬럼
선물처럼 소중한 일상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작가 정일 그가 전하는 꿈과 상상의 메시지
글 : 이주연 (경인교육대학교 교수)
Reve de Gaston, 72×61cm. oil on canvas, 2019
1991년 미국 이삿짐을 찾기 위해 양재 터미널에서 서성일 때 독일 이삿짐을 허무주의(Nihilism)가 만연했던 대학 시절로, 미술가 지망생이 으레 그렇듯
찾기 위해 버버리 코트 자락을 멋지게 펄럭이며 뛰어가는 정일 작가를 보았 미술과 철학을 논하며 불확실한 미래와 막막한 현실에 대해 고민했다. 이때는
다. “아! 저분이구나!” 즉시 알아보고 인사를 나눴다. 이후 작가의 개인전 오프 유채 물감의 텍스처를 최대한 이용하여 폭발하는 감정의 에너지를 큰 캔버스
닝 리셉션마다 갔는데, 같은 대학에까지 근무하게 되자 나를 스토커로 인식하 에 쏟아부었다. 둘째, 대학 졸업 후 열정만 지닌 채 독일로 떠나 머물던 시기
는 듯했다. 정일 작가의 작품을 좋아하지만, 독일과 파리 시절 작품을 조금 더 이다. 당시 독일은 표현주의가 강했으나, 미술가로서의 정체성을 고민하며 나
좋아한다. 언제나 흔들림 없이 근면성실하게 작업하는 작가를 보면서 늘상 수 만의 스토리를 찾으려 했다. 이후 색채와 형상이 꿈틀거리는 표현적인 요소는
식되어온 어린 왕자 관련 내용보다는 그만의 독특한 표현 방식에 대한 이야기 남아 있으면서 스토리가 있는 그림으로 나아가기 시작하였다. 셋째, 귀국 후
를 듣고 싶었다. 이번 기회에 질문을 던졌다. 현실에 대해 고민하다 파리로 가서 머물던 시기이다. 이곳에서는 신비로운 색
채의 상징과 기호로 사물의 이미지를 표현하면서 미술가로서 이전에 느끼지
지금까지의 작업들을 특정 기준으로 분류한다면 그것은 무엇이며 그 이유 못했던 행복감을 느꼈다. 넷째, 다시 귀국 후 현재 재직 중인 대학에서 학생을
는 무엇인가? 가르치고 그림 그리는 일을 열심히 병행하던 시기이다. 다섯째, 미국 플로리
다에 갈 기회가 있어 그곳에서 작업하던 시기이다. 괴테의 “색채는 빛의 고통
내 경우 이러한 구분은 아무래도 환경의 변화와 연관되는 듯싶다. 독일, 프랑 이다”라는 말이 마음을 울릴 만큼 그곳의 강한 햇빛에 영감을 받아 색채 위주
스, 미국 등에 머물면서 자연스럽게 그림에도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다. 첫째, 의 화면 구성과 나만의 스토리에 기초하여 작업하였다. 여섯째, 다시 귀국 후
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