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9 - 2020년 12월 전시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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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門2011. 116.5×91.5cm. Mixed media on canvas 숲의 門2015. 73×60cm. Mixed media on canvas
서양화가 박영귀의 근작들을 보면 오랫동안 갈망하던 심상 깊은 곳의 꽃들과 (topology)의 본질적인 구조의 선, 면. 색 이라는 세 가지 기본 요소들로 다양
의 기억을 근간으로 하는 자연과의 조우를 통한 앵포르멜(Informel)적 추상회 하게 표출하고 있다. 작가는 이러한 표현 양식의 사상적 요소는 칸딘스키의
화로의 새로운 표현변화이다. 이는 프랑스의 비평가 미셀 타피에가 주창하고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칸딘스키가 ‘기본적으로 모든 형태는 점. 선. 면.
지도한 부정형(不定形)적인 회화 표현의 한 기법을 의미하는 것으로 2차대전 세 가지 요소가 결합해 만들어지는 것이다’라고 말한 것처럼 작가 역시 심상
후 에 나타난 추상회화의 경향이다. 1951년 파리의 니나 도세 화랑에서 개최 을 표현함에 있어 구체적인 형상보다는 절제된 원과 선을 통해 보편적인 심
된 ‘격정의 대결전(展)’이 그 최초의 데몬스트레이션(demonstration)이었다. ‘ 상을 드러내고자 하였다.
앵포르멜’이라는 명칭이 처음으로 쓰여진 것은 다음해 파리의 파케티 화랑에 작가는 ‘숲의 문(門)’ 연작을 통하여 자연에서 숲이라는 공간을 구체화시켜 나
서 열린 ‘앵포르멜이 의미하는 것 전(展)’에서였다. 포트리에, 뒤뷔페, 볼스 등 갔으며, 숲이라는 공간으로 통하는 하나의 門이라는 상징적 이데아를통해 그
의 40년대 초기 작품을 선두로 하여 마튜, 리오펠, 아펠, 카포그로시 등이 중 동안 가슴깊이 간직해온 사람들의 느낌, 감정, 사고들을 그 공간에 나타내고
심이 되어 이 운동에 참가했다. 실존주의와 정신풍토가 같으며 액션 페인팅 자 하였다. 이와 같이 작가는 작품 속에서 구체적인 형상을 표현하기보다 본
등 현대 추상회화와 시대를 공유하는 운동으로서 기존의 미학을 폐기하고 동 질적인 회화표현의 기본 요소를 이용하여 보편적이고 자유로운 해석이 가능
력학, 위상기하학, 집합론적 극미(極微)와 극대 등의 개념을 도입하여 ‘별개의 한, 본인의 내재된 감정과 현실을 마주할 수 있는 현실성을 배제한 제3의 숲이
예술’을 창조하려고 하였다. 라는 작가만의 공간을 창조해내고자 하였다.
“사람들이 다양한 풍경, 사물 등을 접하며 작품의 영감을 얻듯이 나의 전반적 어린시절 어머니가 가꾸어준 형형색색의 다양한 꽃들의 향연 속에서 성장하
인 작품의 영감은 ‘자연’에서 비롯되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심상은 마음속 며 키워 왔던 색면의 구상적 심상의 기억들은 작가의 창작활동에 자양분이 되
에 그린 그림으로서 사고의 기본이며, 생각할 때 느끼는 감정은 그림을 그릴 어 뿌리를 내려 주고 직접적 표현의 절제를 통한 위상기하학(topology)의 이
때 느끼는 그것과 같은 것이다.”라고 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처럼 나 역시 론적 논거를 바탕으로 반복 재생되는 원의 에너지로 표현되며 작가의 창작 표
그려내는 작품에 나의 심상을 담고자 하였으며, 나에게 영감을 주는 자연, 곧 현의 세계를 완성지어 간다. 작가는 원이 우주를 지배하는 기본법칙과 상징적
‘숲’이 나의 심상을 나타내는 하나의 매개체가 되었다.“ 인 세계를 모두 표현 할 수 있는 도형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작품에 표현된
박영귀 – 작업노트중 - 원들은 자연의 공간이 담아내고 있는 무한하고 변화무쌍한 그녀만의 창작에
너지를 나타낸다. 음악을 통한 자기표현의 제2달란트를 소유한 서양화가 박
서양화가 박영귀 작품의 전체적인 배경은 자연, 숲을 모티브로 발현되었지만, 영귀의 창작표현세계에 새로운 에너지가 분출되는 새로운 심상의 또 다른 문
캔바스에 표현되는 이미지는 직접적으로 숲을 드러내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門)으로 안내 되길 기대해 본다.
작품에 표현된 형상은 구체적 사물묘사와 같은 재현성을 제거하고 위상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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