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8 - 2020년 12월 전시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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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권 컬럼





































        약학궤범에 실린 처용의 모습










         민화 시원의 직접적인 영향                                 관한 구절이 나온다. 이로써 고려 시대 이곡도 신라 시대부터 시작된 〈처용 그
                                                        림〉을 보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조선 시대에는 〈처용 그림〉에 대한 기록이 더욱 많이 등장한다. 『시용향악
        〈처용 그림〉                                         보時用鄕樂譜』에는 〈처용 그림〉을 겹대문에 붙여 액막으로 썼다고 기록되어
                                                        있다. 또한 성현(1439~1504)의 『허백당시집』에는 다음과 같은 처용에 관한
                                                        기록이 있다.
        글 : 김용권(겸재정선미술관 관장)                             신라의 지난 일 구름처럼 아득하네. 신물(처용)은 한번 간 후 돌아오질 않네.
                                                        신라 때부터 지금에 이르도록 다투어 그 얼굴을 꾸미고 그리네. 요사를 물리
        《삼국유사》에는 9세기 신라 헌강왕憲康王(875~886) 때에 활동한 처용에 대    치고 병을 미리 막으려고 해마다 설날이면 문 위에 붙인다네.
        한 기록이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또한 시대가 한참 내려온 1849년에 홍석모가 쓴 『동국세시기』에도 〈처용 그
        화를 내지 않고 있으니 역신이 감동하여 금후로는 맹세코 처용의 형용을 그린       림〉을 겹대문에 붙여 액막이로 썼다고 적혀 있다. 이렇듯 신라 때부터 〈처용
        것만 보아    도 그 문에 들어가지 않겠노라 하였다. 이로부터 사람들은 처용상    그림〉을 문에 붙이는 행위는 조선전기를 걸쳐 후기, 말기까지 계속 이어져 왔
        을 그려 대문에 붙이고 辟邪進慶을 꾀했다.                         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듯 조선 시대의 〈처용 그림〉은 양쪽 대문에 쌍으로 붙여 문배로 계속 사
        이렇듯 신라 때부터 사람들은 문간에다 처용의 얼굴을 그려 사악한 귀신을 물       용되거나 새해 첫날 門에 붙이는 세화로 보다 널리 사용되었다. 어떻든 삼국
        리치고 경사스러운 복을 맞아들이는 일들을 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 당시        시대 처용은 잡귀의 근접을 막는 기능발휘를 하였으며 조선 시대에도 여전히
        에 대문에 붙였던 〈처용 그림〉은 전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처용 그림‘이 어    잡귀 퇴치라는 본래의 기능을 담고 존속되었다는 것을 새삼 다시 이해하게 된
        떤 모습이었는지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고문헌을 통해 어느 정도는 추적,        다. 결과적으로〈처용 그림〉은 ‘門’에 붙여 축역逐疫(역신이나 나쁜 전염병을
        확인할 수 있다.                                       쫓아 버리는 일) 하고자 했었던 가장 이른 기록으로, 우리 고유의 구역신區域
          고려 말엽의 문인이었던 이곡李穀(1298~1351)의 시詩 「개운포開雲浦」에    神이자 문신門神인 동시에 민족적 벽사 풍습이었다.
        는, “희미하나마 신라대의 두 선옹 일찍이 그림 속에서 보았네” 라는 처용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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