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9 - 전시가이드 2021년 11월호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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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조강연: 지용호 <조각의 변종>
기조강연: 안토니 곰리 <젊은이를 위한 폭넓은 교육과정의 일부로서 예술가를 가르치기> (Teaching artists: As part of a wider curriculum for young people)
본 정기학술대회는 ‘미술교육의 본질과 역할’, ‘확장으로서 미술교육’, ‘사유로 안토니 곰리의 발표 제목은 <젊은이를 위한 폭넓은 교육과정의 일부로서 예
서 미술교육’, ‘온택트 시대의 미술교육 실천’의 4개 분과 세션을 통해 다학문 술가를 가르치기>이다. 작가는 ‘Angel of the North’로 유명하지만 개인적으
간 융·복합적 관점에서 28인의 연구 발표, 5인의 석박사 논문 발표, 77인의 포 로는 독일에서의 ‘European Field’가 먼저 떠오른다. 최근 가장 많이 언급된
스터 발표가 있었으며, 13인의 작품 전시도 함께 개최되었다. 또한 매년 최고 것은 BTS의 <Map of the Soul: 7> 프로모션의 하나로 진행된 글로벌 현대미
의 업적을 기리는 김정학술상(제7회 수상자: 안혜리 국민대학교 교수)과 신진 술 프로젝트 <CONNECT, BTS> 중 마지막 전시로 선보인 뉴욕 브루클린브
연구자상(제9회 수상자: 김수진 서울교육대학교 강사)의 발표와 수상도 이루 리지 파크 피어3의 대형 공공설치물 ‘New York Clearing’이다. 예전 TED 강
어졌다. 특별히 이번에는 기조강연자로 세계적인 작가 안토니 곰리(Antony 연과 2020년 부산시립미술관 이우환공간에서의 전시 등을 통해서 인간과 예
Mark David Gormley/영국)를 비롯하여 최정화 작가, 지용호 작가를 초빙하 술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엿볼 수 있었다. 이번 발표에서는 여러 중요 메시지
였다. 시간대가 다른 곰리를 모두가 배려하여 종전과는 다른 늦은 오후부터 최 를 예술교육자들에게 전하고자 하였는데,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그 무
정화 작가, 지용호 작가, 곰리의 순으로 기조강연이 이루어졌다. 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 만드는 경험”이라는 것이다. 또한 “타인으
로부터 모순되는 반응을 받아들이는 것은 중요하며, 특히 젊은 예술가들은 이
최정화 작가의 발표 제목인 <살어리 살어리랏다>는 경남도립미술관(관장 김 를 배워야 한다. 예술은 현상유지에서 한 단계 더 발전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종원)에서 2020년 10월 22일부터 관객의 호응으로 2021년 3월 14일까지 연 모두가 아름다운 것이 무엇인지 이미 안다면 삶은 지루하다. 예술가의 작품
장 전시한 초대전의 제목이기도 하다. 폐막 기념행사에는 얼터너티브 팝 밴드 에 위험은 필수적이다. 자신의 작업이 타인으로부터 인정을 받고 안정적이며
인 이날치의 공연도 있었는데, 역시 최정화 작가다운 발상이었다. 사람들이 인 가치 있기를 바라겠지만, 실험과 연속성 사이에서 균형을 갖는 것은 매우 중
지하지 못했거나 외면해온 생각이나 이슈들에도 늘 유쾌하고 신선한 사고의 요하며, 새로운 영감에 반응해야 한다. 위대한 예술가를 판단하는 기준은 일
전환을 제시하는 작가여서 대중적인 인기와 인지도가 뛰어나며, 미술 교과서 정한 수준에 다다르더라도 이를 거부하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
에도 다수의 작품이 게재되어 초·중등학생들에게도 낯익은 작가이다. 개인적 다. 사물을 새롭게 보기 위해 다시 시작하는 능력은 성공한 예술가에게 만큼
으로는 삶에서의 생과 죽음을 연상케 하는 꽃 시리즈를 좋아하지만, 2019년까 이나 예술교육자에게도 똑같이 요구된다. 따라서 토의를 하고 영감을 주고받
지 이어진 국립현대미술관의 전시가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데, 지역성 을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즉, 열린 공간 속에서 열린 마
과 보편성을 담아내는 작가라는 수식어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학술대회 발표 음으로 서로간의 교류가 중요함을 인정하고 분명하게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
자체는 작업에 대한 소개와 과정에 대한 견해로 이루어졌는데 예술교육자들 는 것, 그리고 스스로 가두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며 정진하라는, 아주 기본적
에게 전하는 작가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귀한 자리였다. 이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제안을 통해 자신만의 경험과 끊임없는 실험, 진지한
자세는 예술가, 예술교육자, 그리고 인간 모두에게 중요하다는 것을 전하고자
지용호 작가의 발표 제목은 <조각의 변종>(mutation of sculpture)이다. 선사 하였다. 그의 작업에 대한 열정의 근원이 무엇이고 예술을 향한 자세를 다시금
시대부터 현재까지 조각의 역사를 미술사적, 미학적으로 돌아보면서 작업에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후에 정옥희 교수에게 귀뜸하기를, Martin Gayford
대한 고찰을 분석적으로 제시하였으며, 특별히 Carnivore, Herbivore, Omni- 와 함께 저술한 신간 <Shaping the World: Sculpture from Prehistory to
vore, Fish, Hybrid animals, Hybrid humans, Anthropods, Man, Mechani- Now>(Thames & Hudson, 2020) 번역본이 2022년 하반기 시공사에서 출간
cal mutant의 9가지 변종 시리즈들을 설명하였다. 지용호 작가도 최정화 작 된다고 하니 이 또한 기다려볼 일이다.
가와 마찬가지로 미술 교과서에 기존의 폐타이어 작품이 다수 등장해서 학생
들에게도 친숙한 작가이다. 그동안 조소의 노동집약적인 특성과 기본에 기반 학회는 비단 유명 예술가뿐만 아니라 미술사가, 미학자, 인문학자들을 초청하
하여 작업하는 작가로만 인식해왔었는데, 이번에 보여준 최신 작품들은 3D 여 기조강연을 마련하는데, 변화하는 시대에 어떤 길을 가야 할 것인가를 고민
프린터를 활용하고 텍스추어가 도드라지는 원색의 ‘색칠’을 가한 이질적인 작 하면서 그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참조하기 위함이다. 자신의 예술을 펼쳐나가
업들이라 기존과 다른 새로운 모습에 가히 충격을 받았다. ‘뉴 뮤턴트’를 향한 는 예술가들의 진지한 고민 속에서 이의 교육적 전환을 생각한다.
작가의 도전에 박수를 보내며 앞으로 학교미술교육에서 작가의 새로운 작업
을 어떻게 이해하고 소개할지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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