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1 - 전시가이드 2021년 11월호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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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안석作 STUDIO 90.9X72.7cm Pastel on paper 2021




            움의 수준을 넘어서 있기 때문이며 또한 살아 있는 인간과 자연에 잠재되어        분을 투여한 삶의 공간으로 의미를 부여한다. 그 안에 만들어지는 일상을 조
            있는 생명과 호흡을 읽어낼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므로 그의 작업은       용히 쉬어가는 쉼의 여유를 찾기 위해 기계적 산물이 아님을 방증(傍證)한다.
            단순히 인물이나 자연을 그려낸 것이 아니라 그 형상을 빌어서 비가시적 세계
            즉 생명과 그곳에 담겨 있는 에너지의 파동 혹은 소리를 그려낸 것이라 할 수               ‘그림은 보이는 게 아니라 오히려 들려야한다’
            있다. 그래서 그가 그려낸 형상들은 그 경계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그가                     - 조안석 작업노트중-
            그림을 형상적 경계 안에 가둬놓지 않았다는 말이다.”
                            - 조안석 전시서문 중. 이승훈(사이미술연구소) -    우리나라 화단의 흐름에서 구상의 시대를 지나 현대미술기 미니멀아트(Mini-
                                                            mal Art) 및 개념미술(conceptual art, 槪念美術), 쉬포르 쉬르파스(Support-
            조안석작가의 화면구성에서 보여 지는 표현의 기술(technical)적 측면은 그    Surface) 등의 추상회화의 물결을 헤치고 나와 다시 구상회화로의 복귀를 유
            린다는 회화적 행위에 일차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일이었고, 이에 따라 주어지       도해냈던 1980~90년대 전반의 우리나라 화단의 변혁은 그리 오래가지 못하
            는 회화적 이미지와 그것이 회복시켜내는 자연과 인물에 대한 서정적인 의미        였다. 초현실표현과 극사실표현의 과정을 지나 신진작가들의 대중화 물결에
            구조를 강조하는 일이다. 회화적 기법 역시 붓과 건필(pastel)등 작가의 의도   편승한 팝아트(Pop Art)와 디지털아트(Digital Art)를 선봉으로 하는 새로운
            에 따라 매우 다양하게 전개되어 캔버스를 장식하게 된다. 가장 소박한 차원       물결 속에 현재 NFT(Non Fungible Tokens)를 기반으로 하는 미술시장의 변
            의 소묘에서부터 시작 되어지는 화면의 구성은 색으로 밝혀지는 빛의 향연으        화물결에 표현의 다변화가 혼재된 환경으로 대 변혁이 이루어져있다. 기계와
            로 감상자들에게 대면하게 된다. 작가는 일상에서 보여 지는 자연에 대한 시       미술의 협업을 통한 제3의 표현방식에 어느 정도 실험적 가치를 둘 수 있으나
            각적 미를 담론(談論)으로 한다. 자연은 그 자체가 자기 완결적인 상호 관련      미술표현의 전반이 기계적 산물로 왜곡되어서는 않될 것이다.
            된 체계를 이루고 있고 초자연적인 설명 원리를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그렇기에 자연을 어떤 것이라고 보느냐의 서로의 입장에 따라 다를 수       조안석작가는 우리화단의 대변혁의 물결 속에서 현대인상주의의 표현기법
            있다. 고대의 스토아파(Stoics)의 범신론적 유물론에서는 보편적인 세계 이성    을 통한 작가만의 고유한 영역을 확고히 하는 창작의 길을 가고 있다. 자연이
            (Logos)이 자연에 내재하여 자연을 합목적으로 지배하고 있다고 생각하여 덕     주는 인간사회의 숨 쉼으로 생명을 이야기 한다. 표현의 기계적 결과보단 우
            이 있는 삶을 추구하는 것은 곧 ‘자연을 따르는 것’을 의미하였지만, 18세기의    리의 삶속에서 생명을 이야기하는 인문학적 사고를 위해 빛을 색으로 밝히고
            유물론은 인간과 자연을 하나의 기계적 산물로 보는 시각 이었다. 작가는 표       있다. 19세기 후반 드가와 루느아르가 밝혔던 그 빛을 조안석작가 지금 우리
            현하고자 하는 자연과 인물을 하나의 소중한 생명으로 바라보고 빛과 색의 양       에게 밝혀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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