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4 - 전시가이드 2021년 11월호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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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현 컬럼
ADAGP 글로벌저작권자 연합회 공식사이트에 게재된 리암 길릭 등록 페이지
리암 길릭은 《글로벌 화단》의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이 인정하는 <개념 미술 섯 개의 구조와 뱃노래』를 위해 방한했을 당시 인터뷰에서, “작품이란 지금
ADAGP 옴니버스 1)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적 정신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언급할 정도로 건물 자
체보다 거기 붙은 곁가지에 관심이 많았다. 그런 그가 서울에서 받은 인상은
열전(39) 이랬다. “곳곳에 사인들이 많았다. 예컨대 엘리베이터에는 추락을 조심하라
는 픽토그램이 붙어 있다. 행동이 일으킬 결과를 놀랄 만큼 솔직하게 경고하
고 있더라.”
글 : 김구현 (AIAM 미술 경영연구소 대표)
2019년에 또 다시 한국을 찾았을 때에는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내 작업에
영감을 주는 것은 미술 외적인 영역의 것들이다. 나는 예술에 대해서 그다지
> 장르의 대표 주자이다. 설치-조각-텍스트-디자인-영화 음악-큐레이토리얼 많이 생각을 하지 않는다. 차라리 나는 바깥을 내다보면서 저 버스에는 왜 저
프로젝트 등 광범위한 매체로 지어진 환경을 해석 혹은 재해석하고 사회적 상 런 색깔을 칠했을까 저 건물은 왜 저런 색깔일까 생각한다. 왜 경찰관은 자기
호관계성을 성립 혹은 재 성립시키는 작업을 해왔다. 전시 상황 내에서도 끊 옆에 소화기를 놓았을까 이런 일상적으로 지나치기 쉬운 문제에 대해 고민한
임 없이 재정의되는 그의 작업은 ‘관계 미학(Realational aesthetics)’의 모델 다. 그리고 나는 항상 정치, 경제, 건축, 철학 등 미술 외적인 영역의 책들을 주
로 보이기도 한다. ‘화이트 큐브’라는 절제된 공간을 재해석하기란 쉽지 않다. 로 읽는다. 예술에 대해서는 읽지 않는다. 여기 와서도 마찬가지이다. 여기 체
리암길릭의 전시는 빈 공간을 채우는 식의 일반적인 상업 갤러리의 전시방식 류하는 기간이 짧기도 하지만, 더 오래 머무른다 해도 나는 미술관에 가고 싶
을 넘어서며 관객으로부터 창의적이고 해학적 해석을 유도한다는 점이 인상 은 마음은 전혀 없다. 차라리 길거리를 더 걸어 다니고 다른 활동을 하는 데
적이다. 때로는 오브제인 ‘슬라이딩 도어’를 통해 지속적으로 방문자의 행동 시간을 보낼 것이다.”
적응을 유발하며 ‘가상공간의 촉매’ 역할을 하기도 한다. 또한 관객들은 작가
의 작품과 마르크스의 텍스트에 전환적으로 접속하며, 끊임 없는 추측과 다양 리암 길릭의 ‘브랜드 가치’는 자타가 공인할 정도로 진화를 거듭한다. 이는 최
한 접근 방식, 그리고 자유로운 해석을 시도할 수도 있다. 근에 개최되어 대박 잔치’를 벌였던《한국국제아트페어(Kiaf SEOUL 2021)》
를 통해서도 충분히 입증된다. 전세계 10개국에서 170여개의 갤러리가 참여
2013년 5월 서울 팔판동 ≪갤러리인≫에서 개최되었던 국내 첫 개인전 『다 했는데, 특히 해외에서는 뉴욕, 런던, 베이징, 홍콩 등에 지점을 운영하는 ≪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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