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8 - 전시가이드 2021년 11월호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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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청과 컨템포러리 아트
불회사 대웅전 전경
나주에서 단청을 경배하며 꽃을 공양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생각하다...다보사 대웅전 내부의 단청을 보자면 수미단(須彌壇)의 단청이 단연 백미이다. 수미
단이란 불상을 모셔 놓은 단을 말하며 수미산에서 따온 것으로 흔히 불단(佛
壇)이라고 부른다. 수미산은 불교의 우주관에서 나온 세계의 중심에 있다고
하는 상상의 산으로 8만 유순(由旬, 고대 인도의 거리의 단위로 1유순은 약 8
글 : 박일선 (단청산수화 작가)
㎞)이나 되는 높은 산으로 그 위에 불상을 모신다는 것은 부처가 이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다는 것을 뜻한다.
다보사(多寶寺)는 전라남도 나주시 경현동 금성산 남쪽 깊숙한 골짜기에 자
리하고 있으며 신라시대에 창건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설에 의하면 금성산 구조는 상·중·하대 위에 보단이 설치되었으며 정면의 길이는 317cm이고, 측
산중에서 수행하던 스님이 칠보로 장식된 큰 탑이 땅 속에서 솟아나오면서 그 면은 142cm이다. 바닥에서 상대까지의 높이는 89cm이고, 보단은 26cm로서
탑 속에서 다보여래(多寶如來)가 출현하는 꿈을 꾼 뒤 절을 세웠다고 한다. 그 전체 높이는 115cm로 그다지 크지 않은 규모이다. 정면과 좌우 측면을 보면
래서 꿈 속에 나타난 다보여래에서 따서 절 이름을 짓게 되었다고 한다. 고려 투각 기법으로 얇은 나무판에 얕게 조각하고 빈 공간을 전부 따낸 다음 청판
시대에는 보조국사 지눌이 1184년(고려 명종 14년)에 중건하고 조선시대에 에 붙여서인지 우아하고 화려한 느낌이 난다.
는 서산대사 휴정이 1594년(선조 27년)에 중창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후 조
선 말기인 1878년(고종 15년)에서 1881년(고종 18년) 사이 3년 동안 중수되 상대 위에 설치된 보단은 7칸으로 나누어져 있다. 각 칸의 조각이 음각이나 양
어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고 한다. 각을 한 것이 아니라 꽃 문양을 투각하여 청판에 붙이고 단청 채색을 하였다.
중대는 상하 2단으로 되어 있으며 둥근 막대형 동자목으로 상단은 6칸, 하단
다보사 대웅전은 원래는 나주시 문평면에 있었던 신로사가 폐사되면서 옮겨 은 5칸으로 나눠졌다.
온 건물이라고 한다. 정면 3칸, 측면 2칸의 크지 않은 아담한 맞배지붕 건물로 중대 상단에는 매화로 3칸, 연꽃으로 3칸을 장식하고 있다. 청판 내에 음각된
현판은 특이하게도 전서체(篆書體)로 쓰여 있다. 아마도 사찰의 현판을 전서 직사각형의 구획을 정하고 그 안에 꽃 문양을 조각하면서 빈 공간을 투각으
체로 쓴 경우는 다보사가 유일하지 않을까? 로 따내었다. 수미단에서는 보기 드문 매화를 조각하였는데 아래쪽에서 뻗어
올라온 매화가지 줄기 끝에 매화가 겹쳐서 피었고 위쪽에는 꽃망울이 맺혀 있
정면의 기둥과 기둥을 이어주는 창방의 어간문(御間門) 양쪽의 문틀 위로 기 다. 이런 형태의 매화는 다른 칸에도 똑같이 반복되어 도상화된 느낌을 준다.
둥과 기둥을 연결한 굵은 부재에도 화려한 모란꽃 문양을 조각하여 외부를 장 연꽃도 마찬가지다. 아래쪽에서 올라온 연꽃줄기가 위쪽에서 탐스런 연꽃 세
식하였다. 정면 3칸의 창호도 모두 아름다운 꽃살문으로 조각하여 부처님을 송이를 피웠고 아래쪽에는 꽃봉오리가 자리 잡고 있다. 연잎은 양쪽 끝에 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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