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2 - 전시가이드 2021년 11월호 이북
P. 52
안현정의 전시포커스
자기만의 여행_해가 지기 전에#1, 116×91cm, 캔버스에 아크릴컬러, 2021
안소영의 응시, 관조하듯 생의 한가운데서, 여행 중에 일어나는 감정의 모티브들
“저 멀리 시선이 닿은 곳이 있다. 어느 날은 소요하는 바람결의 나무들을. 어떤
떠나는 여행 날은 새벽 녘 흩날리는 눈을 그리고 또 어떤 날은 석양의 눈부신 하늘에 시선
이 닿는다. 나는 천천히 <자기만의 여행> 속 소녀의 시선을 따라가 본다. 그녀
의 시선이 닿은 곳이 그림 밖에 있을지라도. 나는 그림 너머, 시선 너머 풍경들
글 : 안현정 (미술평론가, 예술철학박사)
을 상상한다.” - 작가노트 중에서
평범한 사람이 주인공이 되는 작품들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안소영
작가의 개인전 <자기만의 여행_시선이 닿는 곳>이 갤러리 자작나무(서울 종 안소영 작가는 외적 대상을 드러내기보다 내면의 이야기들을 소담하게 그려
로구 사간동 36)에서 11월10일부터 21일(일·월 휴무)까지 열린다. 거대서사 내는 ‘나만의 여행’이란 주제를 모티브로 삼는다. 결혼과 두 번의 출산, 아내와
나 외적 관종을 지향하는 기존 작가들의 냉소적 성찰과 풍자마저 자기고백적 딸이라는 의무 이전에 ‘나로 살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들은 살랑거리는 공기가
서사로 전환시키는 작가는 긍정적 치유와 명상을 통해 “나의 관심을 사회적 되어 무심코 떠나는 나만의 여행을 계획하게 한다. 이전 개인전을 통해 많은
관심으로 어떻게 승화시킬 것인가”를 고민한다. 노마드Nomad적 삶, 시공간 이들의 러브콜을 받은 작가는 “첫 여행(개인전)이 무작정 설레고 좋은 감성이
의 제약 없이 인터넷에 접속하여 필요한 정보를 찾고 쌍방향으로 소통하는 오 었다면, 여행 중에 만나는 기쁨과 슬픔들은 힘겨운 삶을 담아낸 새로운 여정”
늘의 일상 속에서 안소영은 디지털 유목민이 아닌, ‘자기 안의 유목민’을 꿈꾼 이라고 말한다. 작가로의 삶을 ‘자신만의 여행’이라고 명명한 작가는 어느덧
다. 미디어학자 마셜 맥루언(Marshall Mcluhan, 1911∼1980)의 ‘디지털’ 세 혼자가 아닌 작품을 사랑하는 모두를 위한 ‘동행(同行)’을 시작했는지 모른다.
상에 대한 30년 전 예언을, 질 들뢰즈(Gilles Deleuze, 1925∼1995)의 『차이
와 반복(Difference and Repetition)』(1968)에 나오는 “노마디(자유롭고 창조 안소영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모티브의 기본은 자연과 소녀이다. 분주한 일상
적인 인간형, 이동하는 자만 살아남는다)”의 속성으로 옮긴 느낌이다. 그러하 을 멈추고 작품을 응시하면, 소녀와 잠시 대화를 하는 나누는 착각에 빠진다.
기에 작가의 시선을 좇다보면 자연의 한가운데서, 편안하고 안전한 나만의 세 고요하면서도 차분한 색감 속에서 소녀는 마치 작가의 아바타가 된 것처럼, 관
계가 확장되는 영감을 얻는다. 찰자가 되어 거꾸로 우리를 응시한다. 작품 속 시선이 닿는 곳이 우리가 가고
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