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9 - 전시가이드 2021년 11월호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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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관 내부 단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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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보사 대웅전 현판



            짝 핀 모습으로 비스듬히 서 있다. 이런 구도는 여러 곳에서 똑같이 나타나 매     이 곳 다보사 수미단에 등장하는 꽃들은 마치 17세기 유럽의 바로크 시기에
            화와 연꽃이 번갈아 등장하도록 구상했음을 알 수 있다.                  유행했던 '바니타스(vanitas) 정물화'를 연상시킨다.  '바니타스'란 '인생무상’
            중대 하단에는 작은 화병에 꽂힌 모란 줄기에서 뻗어 나온 가지가 위와 양쪽       이라는 뜻의 라틴어로서 바니타스 정물화는 삶의 허무함과 죽음의 필연성, 쾌
            으로 뻗어나가며 탐스러운 모란꽃 세 송이가 활짝 피어있으며 아직 피지 않        락의 덧없음을 상징하는 꽃이나 과일, 해골과 뼈, 책, 깃털 펜, 연기가 피어 오
            은 모란 꽃봉오리 여섯 개는 청판의 가장자리에 배치되어 있다. 기본적인 구       르는 촛불 심지 등을 소재로 해서 그린 그림이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차분한
            도는 같으나 꽃잎과 나뭇잎의 색감이 조금씩 달라서 서로 다른 느낌을 준다.       갈색톤으로 채색하여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숙연함을 느끼게 한다. 또한 죽음
            하대는 지대목(地臺木) 없이 기다란 족대 3칸을 설치하였으며 족대 사이에는       은 피할 수 없는 인간의 운명이라는 것을 일깨워 주면서 짧은 생을 가치 있게
            아무런 조각이 없이 수미단을 받치고 있다.                         더 열심히 살라는 도덕적 교훈을 담고 있다. 그러나 다보사 수미단에 그려진
                                                            꽃들은 바니타스 정물화가 담고 있는 '찰나(刹那)의 순간' 만을 의미하는 것이
            이렇듯 수미단의 모란·연꽃·매화는 정면 창호의 꽃살문과 창방의 모란 조각        아니다. 표면적으로는 불교에서 여섯 가지 공양 중의 하나인 꽃을 공양하는 것
            과 함께 모두 꽃을 공양하는 신앙심을 표현하고 있다. 아울러 명부전 수미단       이지만 내면적으로는 화려하게 꽃을 피우기 위해 인고의 세월을 견딘다고 해
            의 단청도 대웅전 수미단에 못지 않게 볼만 하다. 특히 조선 시대에 유교를 숭     서 수행(修行)을 뜻하기도 하며 장엄과 찬탄을 상징하기도 한다.
            상했던 선비의 지조를 상징하는 매화가 수미단에 등장한 것은 매우 독특한 점       다보사 수미단에 그려진 매화나 연꽃, 모란의 단청은 시간이 가면 갈수록 점
            이다. 화병에 꽂힌 모란 줄기와 연꽃 줄기, 매화 가지에서 올라와 꽃이 핀 형     점 퇴색되겠지만 그래서 더욱 지극한 무상(無常)의 아름다움을 고이 간직하
            태를 반복하면서 유교와 불교가 융합된 구성은 다보사 수미단만의 특징이          게 될 것이다.
            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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