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6 - 2019년02월전시가이드
P. 36
김세은 칼럼
“방석이 한국을 느끼게 한다” 1922 New Year's Shopping, seoul, 새해 나들이 1921
한국을 사랑한 파란 눈의 영국 여자 (1887~1956)
그리기 시작했다.
1920년대 초, 그림 전시회 자체가 드물었던 한국에서 그녀의 전시는 매우 이
엘리자베스 키스(Elizabeth Keith) 례적이었다. 특히 당시 한국 풍경화, 한국 인물화를 모아 서양 사람이 전시회
를 개최한 것이 주목되었고, 서양인의 눈에 비친 자신들의 모습이 궁금해서
인지 전시회를 찾은 한국인이 적지 않았다 한다. 전시회를 성공적으로 마친
김세은(강남대학교 미술문화복지 교수)
스코틀랜드 출신의 엘리자베스 키스(1897~1956)는 이 후 런던 파리 호놀룰
루 등에서도 한국 그림 전시회를 가졌고, 한국 관련 책도 다수 출판하였다. ’코
리아 1920~1940’(원제 Old Korea) 책도 그 중 하나이다. 일본에 머물었던 엘
“나는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과 풍경들을 먼저 들이마셨다. 아니, 들이마신다 리자베스 키스는 한국의 아름다운 자연과 사람들의 일상에 매료되어 자신의
는 말은 충분치 않다. 나는 모습과 풍경에 몰입했다. 그 풍경 속으로 녹아들어 동생과 여러 차례 한국을 방문해 동대문 같은 건축물과 원산, 평양 대동강변
가 아예 하나가 되는 느낌이 된 뒤에 그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느낌을 종위 의 풍경 등 많은 그림들을 그렸다. 그 중 그녀가 가장 심혈을 기울인 것은 인
재구성하는 작업에는 고통이 뒤따랐다” 물화로 농부, 무인, 내시, 선비, 무당, 노인 신부, 과부를 스케치, 수채화, 목판화
엘리자베스 키스(Elizabeth Keith)는 파란 눈을 가진 영국인으로 동양의 색채 등 다양한 기법으로 표현했으며, 관료이자 문장가였던 85세의 김윤식, 궁중
를 감각적으로 표현한 판화가로 알려져 있다. 그녀는 독학으로 미술공부를 한 복장의 공주, 민영찬(민영환의 동생)의 딸 등의 인물화도 그렸다. 특히 그림에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고 1915년부터 20여 년간 일본, 한국, 중국, 필리 곁들인 설명에 ‘한국에서 제일 비극적인 존재! 한국의 신부는 결혼식 날 꼼짝
핀, 인도네시아 등을 여행하며 판화, 수채화 등 많은 작품들을 남겼다. 3.1 운 못하고 앉아서 보지도, 먹지도 못한다’ ‘한국에서는 노인들을 지나치게 공경
동 직후 한국에 처음 방문하여 3개월간 채류하며 한국의 문화와 풍속 인물들 하기 때문에 가끔 노인들은 자기 자신의 가치를 과대 평가하는 버릇이 있다’
을 소재로 작업하였고 1921년과 1934년 사이에 서울에서 개인전을 개최하였 며 서양인으로서 그녀의 관점을 짤막하게 집어넣기도 하였다. 이렇게 책에는
다. 그녀의 그림에는 한국의 아름답고 다양한 전통복식이 영국인의 시선으로 1920년대부터 40년대까지 그녀가 한국을 바라본 모습이 총 66점 실려 있다.
아주 단아하게 그려져 나타난다.
엘리자베스 키스(Elizabeth Keith)는 자신이 직접 보고 느낀 한국의 신기한 풍
엘리자베스 키스(Elizabeth Keith)는 1887년 영국 스코틀랜드 작은 도시 에 습과 삶을 화폭에 담아 한국의 문화를 알리는 계기를 만들었다. 그녀의 작품
딘버셔(Aberdeenshire)에서 태어나, 12세가 되던 해 런던으로 이주해 언니 에는 당시 일제 강점기 한국인의 아픔, 당시 여성의 사회적 지위, 남성선호사
부부의 초청으로 일본을 방문했었고, 한국과 아시아의 여러 나라를 여행했다. 상 등 여러 정치, 경제, 사회 풍조가 담겨 있다. 파란 눈을 가진 그녀의 시선이
이 후 그녀는 일본 적십자사가 결핵환자들을 위한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사 사실적 묘사와 화려한 색채감으로 100년 전 한국의 모습들을 당시 문화의 거
회 유명 인사들의 모습을 풍자적인 삽화로 구성해 책자로 만들어 수입을 얻 울로서 비추었듯, 키스(Keith)의 작품들은 21세기 예술의 순기능과 문화역할
고자 했을 때 발탁되었고, 이때부터 그녀는 적극적으로 예술가로서 그림을 에 대해 울림을 던진다.
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