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5 - 2019년02월전시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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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롱초대




























                                                               설악산에 해가뜨고 해가지네 모든것 자연의 섭리, 65×145cm, mixed media, 2015

            작가가 소나무를 즐겨 그리는 이유는 자라나는 형세가 인간의 몸체와 대동소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휘어지고 구부러지게 자라나는 굽이들을 하체와 상체로
            구분해서 인간과 같은 유사함을 잡아내는 데 주력했다.


             작품에 사랑을 싣고                                     펴보면 각 호수로 된 하나의 작품보다 여러 개의 작품을 병치로 배치할 때 그
                                                            맥이 유장하게 흐른다. 그 깊이의 내적인 의식으로 보면 우리의 민족성을 수
            민병훈의 ‘산’                                        천 년에 걸쳐 지켜준 산의 사계(四季)의 모습이다. 이것이 그의 작품의 저력이
                                                            라고 할 수 있다. 인생의 고락(苦樂)을 포용하는 구도자적인 자세로 그는 작업
                                                            전 매일 산길을 걷고 오른다. 3-4시간씩 산길을 오르내리며 도착하는 그날의
             양지원(서경대학교, 문화예술학 박사)                           자연과 조우하게 된다. 그 자연의 무상함에 받은 감명을 그려내는 것이 작가
                                                            의 하루 일과다. 이러한 생활은 지금의 자연 속의 그의 화풍을 가져오고 있다.
                                                            그 작업을 위한 침묵의 시간을 고안한다. 생을 말할 때 인고(忍苦)의 삶을 말한
                                                            다. 그 또한 지나온 그때를 기억하며 힘겨웠던 시간을 토로한다. 그 힘이 되는
            작가의 작품에는 화폭에서 말하려는 ‘한국의 미(美)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     것이 지금의 작업의 시간이다.
            이 녹아 있다. 한국적인 것으로 통용되는 완만한 곡선미와 청, 백, 적, 흑, 황
            의 오방색으로 가져왔다. 대한민국의 산과 들에서 한국 정신문화와의 격(格)       작가가 소나무를 즐겨 그리는 이유는 자라나는 형세가 인간의 몸체와 대동
            을 나타내는 데 주력해 왔다. 서양의 입체파와 야수파를 차용한 듯한 대담한       소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휘어지고 구부러지게 자라나는 굽이들을 하체와
            화면의 배치이다. ‘어떻게 한국적인 것을 현대적인 것의 반열에 올려놓을 것       상체로 구분해서 인간과 같은 유사함을 잡아내는 데 주력했다. 특히 열 손가
            인가!’에 대한 과제를 생각하는 작가의 손끝을 통해 내려다본다. 마치 용이 살     락을 쫙 편듯한 나뭇가지들이 서로 다른 나무들을 향해 뻗어 있다. 이는 작품
            아서 꿈틀거리는 듯한 포물선의 능선으로 우리나라 산하의 기세 높은 작품들        을 통해 전달하는 한 핵심이다. 작가는 “나뭇가지들이 서로 맞닿기 직전에 멈
            을 선보인다. 그가 이 능선으로 말미암아 그만의 화풍을 선보이게 된 이유는 '     춰서 있지만, 시간의 흐름이 되면 그 공간이 좁혀와 손을 잡고 포옹할 수 있
            곡선의 미학', '한국의 미'에 대한 끝없는 생태학적 고찰이다. 곡선미는 우리의    는 기대를 간직하고 있는 상태”라고 그의 작업을 말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삶의 철학이 담겨있는 얼과 멋을 나타내는 가장 한국학적 형태이다. 우리의        는 인류애이다.
            옷, 한복의 멋을 프랑스 일간지 르 몽드(Le Monde)의 수석기자 로랑스 베나
            임(Laurence Benaim)은 “바람을 담아낸 듯 자유와 기품을 한데 모은 옷”이라  그의 작품은 한국화의 관념과 서양화의 기법을 결합한 현대화이며 새로움의
            는 별칭을 붙이며 예찬했다.                                 추구이다. 그의 화풍은 정신문화의 내재적 요소가 강조되는 한국적인 소재를
                                                            묘사력을 추구하는 서양화의 기법으로 표현한다. 구조적이고 분석적인 구성
            우리나라 의상 한복의 멋을 찾아본다. 저고리의 배접, 버선의 콧등과 장삼의       미가 돋보이는 서양미술사 중 입체파와 강렬한 원색미의 야수파의 화풍을 그
            그 맵시를 곡선으로 살려낸 한복, 우리나라식, 문화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의 작품에 반영했다.
            수 있는 입이 둥근 숟가락, 흙으로 빚어낸 도자기, 달항아리의 둥근 홀이 그것
            이다. 작가가 가장 관심의 폭에 매료된 것이 있다. 왕들의 거처가 되어온 궁궐     40여 년을 건축가의 작업으로 지낸 시간은 붓끝에서 나오는 모양, 크기, 색채,
            과 백성의 한옥의 지붕이다. 기왓장과 그 아래로 내려진 처마 선 같은 포물선      방향 등의 요소를 가장 이상적인 형태로 설계하는 능력 모두 탁월한 그의 또
            으로 산등성이의 선과 바위, 계곡, 구름 그 테마의 구성체를 민경훈 작가의 화     다른 책략이다. 한국화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작업으로 후반기 인생을 지켜온
            면 해석으로 일체감 있는 한국의 자연을 다져오고 있다. 길상(吉祥)을 의미하      그만의 작가의 일상에 꿈의 기차 레일을 연결하고 싶다. 한국화 작업의 중흥
            는 민화의 요소(해, 달, 학, 소나무 등)와 음양오행설로 풀어낸 다섯 가지 색채   모색에 나선 그가 한국화의 외연을 확장하는 그의 작가 정신은 한국인의 이곳
            (청, 백, 적, 흑, 황)를 차용한 한국적인 미로 화폭에 담았다. 작가의 작품을 살  에서 이루어 내고 있다. 바로 민병훈의 ‘산’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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