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4 - 전시가이드 2021년 05월호 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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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현 컬럼
로랑 그라소, 태양풍(2016)_ 파리 외곽순환도로, 대형 영구설치 작품 ⓒADAGP
에스프리누보 확실한 세계를 보여준다. 신비로운 분위기를 창조하여 우리의 지각과 지식이
과연 확실한 것인지 의문을 갖게 한다. 2001년에 파리국립고등미술학교를 졸
새로운 정신 업하고 한 후, 청년작가의 촌티를 갓 벗어나던 시점인 2015년에 까칠하기로
정평이 높은 평론가들로부터 천재성을 인정 받음으로써 일약 43세에 ‘스타 급
작가’로 떠오르면서 프랑스 정부에서 수여하는 <문화예술공로훈장 기사장>
글 : 김구현 (AIAM 미술 경영연구소 대표) 을 수훈했다. 따라서 로랑 그라소는 국제적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자타
가 공인하는 위대한 ‘스토리 텔러’이자 위트 있는 철학자인 셈이다. 세계적 뉴
2013년 가을, 프랑스 북부 도시 릴이 자랑하는 <비영리 문화 단체 릴3000>은 미디어 아트 선두주자인 로랑 그라소는 영상작업 <프로젝트> 연작을 통해 두
Happy Birthday, Galerie Perrotin’이라는 문구를 내세우면서 81명의 내로라 각을 보이기 시작했다. ‘2008년 마르셀 뒤샹 프라이즈’를 받으며 ≪퐁피두센
하는 글로벌 아티스트를 아우르는 현대미술전을 개최했다. 1989년 파리에서 터≫에서 개인전을 열 기회를 얻은 그는 이후 ≪몬트리올 현대미술관≫, 파리
출발한 세계적인 화랑 ≪갤러리 페로탱≫의 탄생 25주년을 기념하는 전시였 의 ≪주드폼 국립미술관≫, 워싱턴 ≪허시혼 미술관≫, 파리의 ≪팔레 드 도
다. 창립 때부터 페로탱과 인연을 맺어온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6,000m2에 이 쿄≫에 입성해 이야기 가득한 영상, 회화, 조각, 설치미술, 사진 작업을 풀어놓
르는 넓은 공간에 펼쳐놓은 것이다. 일개 상업 화랑의 창조적 여정을 공공성 았다. 자신이 하려는 이야기를 다채로운 매체를 넘나들며 녹여내는 그는 관
이 강한 전시 공간에서 집중 조명한 이유는 무엇일까? 객들에게 과거와 현재,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독특한 경험을 제
공하는 아티스트다. 전시장을 벗어난 대형 프로젝트도 진행하는데 파리 ≪사
비록 파리가 예술과 문화를 이끄는 글로벌 허브라는 타이틀을 뉴욕에 넘겨줬 마리탄 백화점≫ 빌딩 옥상에 설치한 『밤의 태양(Du Soleil dans la Nuit)』, 뉴
다지만 여전히 국제적인 명성과 안목을 뽐내는 프랑스 갤러리가 존재한다는 욕 ≪헌터 칼리지≫에 설치한 『무한의 빛(Infinite Light)』, 파리의 ≪팔레 드
자부심이 그 촉매제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 가운데서도 단연 돋보였던 프랑스 도쿄≫ 옥상에 건축 프로젝트 『Nomiya』 등의 네온 설치 작업이 대표적이다.
현대미술계의 미래 선두주자 로랑 그라소는 글로벌 차세대 현대미술 아티스 우리 국내에서는 ≪삼성미술관 리움≫ 외벽에 설치된 네온사인 작품이 알려
트로서 파리와 뉴욕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다. 1972년 프랑스 동부 뮐루즈에 져 있다. 2016년 1월 파리 13구 외곽 순환도로 인근에 위치한 ≪칼시아 사일
서 태어났다. 비디오, 조각, 회화, 사진 등 다양한 매체를 이용해 불안하고 불 로≫ 빌딩 외벽에 설치한 『태양풍 Solar Wind』은 과학의 힘을 빌린 아이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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