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9 - 전시가이드 2021년 05월호 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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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데오 모딜리아니, <잔느 에뷔테른의 초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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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18년경, 54×37cm, 캔버스에 유채, 개인 소장
                                                                                캔버스에 유채, 카탈루냐 국립미술관(바르셀로나)

            은 어색하게 왼팔을 굳이 높은 책상 위에 올려놓고 동시에 오른팔을 공중에        녀의 예쁜 얼굴 속에는 그런 아픔이 있습니다. 이러한 증상은 걸을 때 심해지
            똑바로 놓아둔 채 정면을 보면서 어색하게 턱을 괴고 있습니다. 그녀의 미소       는 경우가 많다고 하며, 때때로 심한 통증이 동반되어 이로 인해 많은 고통을
            는 싱그럽고 행복해 보일 수 있지만 자세히 보면 어딘가 부자연스러워 보입        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보다 큰 고통은 이상한 자세로 인하여 일상생활에서
            니다. 이는 턱 아래 놓인 오른쪽 주먹 때문입니다. 이와같이 주먹으로 턱을 받     제약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게다가 부자연스러운 머리의 위치로 인하여 앞을
            친 자세는 논란이 있을 수도 있지만 흔히 국소성 긴장 이상증focal dystonia  똑바로 보지 못하게 되고, 이로 인해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책도 보기 힘들며
            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지요.                                 TV나 영화는 더욱 집중해서 보기가 어려워 장기적으로는 거의 일상생활이 불
            실제로 이런 국소성 긴장 이상증 환자는 어느 날부터 갑자기 이처럼 손으로        가능합니다. 물론 이런 기능 장애와 함께 외모상의 문제들로 인해 많은 환자
            잡지 않으면 정면을 쳐다 볼 수도 없고 고개가 돌아가 식사도 제대로 할 수 없     들이 고통을 호소하게 됩니다.
            을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근육의 긴장이 잘못되어 몸이 한쪽으로 뒤틀리거나
            뒤로 젖혀지고 아니면 아예 돌아가 버리는 그런 증세를 의학용어로 ‘근긴장이       유명한 이탈리아 화가 아메데오 모딜리아니AmedeoModigliani(1884~1920)
            상증dystonia’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가 그린 <잔느 에뷔테른의 초상화Portrait of Jeanne Hebuterne>는 모딜
            근긴장이상증은 드문 질환으로, 근육이 비정상적으로 작용하는 질환을 말합         리아니를 모르는 사람들이라도 그의 유난히 긴 목을 가진 여인들의 초상화
            니다. 쉽게 예를 들면 일반인은 손으로 주먹을 쥐게 되면 자극된 손 근육이 수     는 많이 보았을 것입니다. 그의 조각품들도 목이 긴 작품들이 많은데 그가 이
            축함에 따라 주먹이 제대로 쥐어지는 것이 정상이지요. 이에 반해 근긴장이상       런 그림을 그린 이유는 아프리카 원시 조각상을 보고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
            증 환자의 경우 주먹이 이상한 모양으로 쥐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증       라고 합니다.
            상은 질환이 진행될수록 심해지며, 이에 따라 일상생활의 여러 부분에서 문        위의 그림 속 여인 잔느는 모딜리아니의 아내인데, 화가의 아내로서 또 모델
            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로서 헌신적인 노력을 한 여인입니다. 그런 아내에 대한 고마운 마음 때문인
            루시뇰 부인의 경우 사경cervical dystonia으로 보이는데, 이는 가장 흔하게   지 모딜리아니는 잔느의 초상화를 무려 25점 이상이나 그렸다고 합니다. 아마
            나타나는 국소성 근긴장이상증focal dystonia으로, 목 근육의 경련으로 인하  도 사랑스런 아내 모습을 끝없이 그리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여 머리가 한쪽으로 돌아가거나 앞뒤로 혹은 어깨 쪽으로 기울어져 머리를 바       그런데 이 그림은 구부러진 얼굴과 목 자세를 고정시키려는 왼손의 위 치로
            로 유지할 수 없는 증상을 보이게 되지요.                         인해 국소성 긴장 이상증 교과서의 표지 그림으로 종종 등장하고 있 지요.
            그녀는 고통 속에서도 환하게 웃고 있는데, 그녀의 왼팔은 책상에 꽉 고정되       실제로 모딜리아니가 그린 잔느의 초상화에는 이런 포즈가 몇 점 더 있습니
            어 있지만 힘이 들어가 있으며, 오른쪽 주먹 역시 긴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     다. 그런데 잔느가 실제로 근긴장이상증을 앓았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이 코너는  칼럼니스트의 의도하는 바를 존중하며 경어체를 사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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