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4 - 전시가이드 2021년 05월호 E-book
P. 54
안현정의 전시포커스
김춘수, ULTRA-MARINE 1949, 162x130.3cm, oil on canvas, 2019
서구의 미니멀 아트가 외연에 대한 단순함(텅 빈 회화)을 추구한다면, 한국의
단색화는 한반도 특유의 역사와 전통의 원형을 탐색하면서 자연성을 바탕으
로 한 자기명상을 특징으로 삼는다. 최고가를 연일 경신하고 있는 1세대 대가
들(1930년대 일제강점기 태생)과 달리, 이들을 잇는 포스트 단색화 작가들은
작가의식과 재료에 대한 정신에서 동시대적 의식을 새로이 재해석한다. 1950
년대 이후 태어난 이들의 감수성은 70년대 종언한 서구미니멀리즘의 해결하
지 못한 미완의 숙제를 짊어지기라도 한 듯 미래지향적 현재성을 보여준다. 집
합이나 운동으로 보기보다 포스트 단색화 화가들의 개인 양식은 진행형이다.
포스트 단색화를 대표하는 김근태, 김춘수, 김택상, 장승택의 세계관을 단편적
김근태, Discussion, 83.5x30.5cm, mixed media, 2020 으로 볼 수 있는 전시 《층(層)_고요하며 깊다》가 Art Project CO(임은혜 디렉
터, 성동구 트리마제 소재)에서 5월 27일부터 한 달 간 선보인다.
거스르지 않는 자연관을 재해석한 전시
포스트 단색화 단색화는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전통 자연관을 바탕으로 한국의 정신적 가치
를 내면화 하며, 주요한 특징으로 안료의 물성, 즉 화면의 질감 그 자체를 경
명상의 층(層)을 주목하라! 험하는 '시각적 촉감'과 '시간의 중첩', '행위의 반복'으로 오랜 시간을 두고 겹
겹이 물감층을 쌓아 올리는 행위와 작업과정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러한 수
행의 과정은 반복적인 행위를 통해 완성되며, 비어있으면서도 꽉찬 이중적 행
위성은 포스트 단색화 작가들의 작품 속에서 시대정신(Zeitgeist)에 대한 고
글 : 안현정 (미술평론가, 예술철학박사) 민과 내적 명상을 내포하며 새로운 창작의 층을 만든다. 전시를 기획한 아트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