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5 - 전시가이드 2021년 05월호 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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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상, Aurora-207,133x135cm,water acrylic on canvas, 2020
장승택, 겹 회화 100-21, 160x130cm, 캔버스 위에 아크릴, 2020
포스트 단색화를 대표하는 김근태, 김춘수, 김택상, 장승택의 세계관을
단편적으로 볼 수 있는 전시 《'층(層)'_고요하며 깊다》가 Art Project CO(임은혜 디렉터, 성동구 트리마제 소재)에서
5월 27일부터 한 달 간 선보인다
프로젝트 씨오 임은혜 디렉터는 20년이 훌쩍 넘는 미술계의 변화를 목도하면 김춘수(1957~)의 ‘Ultra-Marin’는 자연의 온갖 빛을 머금은 깊고 푸른 역설을
서 “단색화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말한다. “5월 개관을 기념하여 각기 독 담고 있다. 희고 푸른 에너지의 향연은 너무 깊어서 입을 뗄 수조차 없는 깊이
자적인 형식으로 단색조의 추상을 구축하고 있는 김근태, 김춘수, 김택상, 장 있는 침묵의 층을 담고 있다. 언어를 가로지른 색채의 메타포, 알 수 없는 형태
승택 4인 작가의 전시를 기획했다.”며 “1세대 단색화를 이어온 이들이 가지는 는 모든 것을 상상하도록 유도하고 직접 화폭에 발린 물감은 구체적인 실존이
공통된 정신성과 겹겹이 쌓아 올리는 동일하면서도 각기 차별적인 표현방식 되어 ‘작가의 행위과정’을 다층의 사유로 전환시킨다.
에 초점을 맞추어 전시 제목을 《'층(層)'_고요하며 깊다》로 정했다.”고 밝혔다.
김택상(1958~)의 작품은 자연의 모든 색을 담은 듯 경이롭다. 물빛에 비친 대
이번 전시에 초대된 작가 4인은 명상하듯 숙고하는 창작 속에서 자연미감을 상의 리플렉션 같이, 물감과 만난 물빛의 향연이 캔버스의 미세한 흐름 속에
화폭에 옮기는 세련되면서도 단순한 미감을 창출한다. 반복적으로 되새김질 서 서서히 건조되면서 빛, 바람, 시간을 머금는다. 치유와 동시에 발견되는 자
하듯 물감을 칠하는 행위, 캔버스 천에 시간의 흔적이 스며들게 하는 작업, 수 유, 개념적이기 보다 자유롭고 규정적이기 보다 다층적인 명상을 유도한다.
차례 그어 내리며 유화 및 석분이 중첩되는 등의 과정 속에서 결과물은 비어
있고자 하나 꽉 차 있고, 고요하고자 하나 심상을 울리는 꽉 찬 깊이감, 이른바 장승택(1959~)의 작품은 품위 있는 회화의 피부와 같다. 플렉시글라스 위에
‘명상의 층’을 남기는 것이다. 흩뿌려진 빛의 프리즘, 셀 수 없는 숫자를 더하면서 도색되면서도 층을 이룬
색들은 어느 하나 어색함이 없다. 스며들고 부딪히며 조응(照應)하는 배려의
단색(丹色)을 가로지른 화가들_김근태, 김춘수, 김택상, 장승택 시간들, 간결하게 정제된 단순한 미감이 우리의 심연을 두드린다.
김근태 작가(1953~)는 돌의 질감을 캔버스에 옮기면서도 유화물감과 돌가루
[石粉]를 특유의 방식으로 섞어 광목 캔버스에 수평으로 옮겨내는 작업을 한 ‘층(層)’의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지는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을 대표할 차세대 추
다. 작업방식과 과정 모두에 있어 매체와의 타협과 융합을 강조하여 무형상 상작가들과 만나길 기대한다.
을 향한 다양한 층차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네 삶이 녹아든 내면의 질문 (관람문의☎ 02-2088-7567, artcolim@naver.com)
들이 차분하면서도 실험적인 언어 속에서 작품을 종합시키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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