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6 - 2019년6월전시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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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미지 145.5×112.1cm Acrylic on canvas 1984 상황-이미지 145.5×112.1cm Acrylic on Canvas 1982(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실크스크린으로 얹혀진 화면 및 몇 개의 분할된 박스형 화면으로 이동한다.
2001년도에 와서는 화면에 박스가 설치되고 오브제가 부착되는 등 다양한 연
개인적으로 임철순의 대표작, 그만의 방법론이 일정한 성과를 이룬 것은 1989 출이 과감하게 시도된다. 이른바 <풍경을 위한 드로잉-흔적> 혹은 <풍경을
년도 작인 <현대인을 위한 Signal>이다. 이 시리즈는 1990년까지 지속된다. 위한 드로잉-사이> 시리즈다.
마대 천을 바탕으로 이 위에 물감이 매우 두껍게 올라와 있고, 몇 개의 면들은 하늘과 구름, 땅, 나뭇가지, 마른 열매와 인간, 자동차와 도로는 임철순 작업에
분절되어 자리했다. 그 위로 물감을 흘리듯이, 드리핑 하듯 감각적으로 얹힌 빈번하게 등장하는 이미지들이다. 이 상반된 이미지들은 단어처럼 놓여 상징
표시들이 놓여있다. 단색의 물감 층이 각기 다른 표정을 지으면 단단하고 기 적인 언어의 고리를 이룬다. 그 언어는 이질적이고 충돌적이면서도 기이한 조
념비적으로 물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그 한면에 실크스크린으로 여러 사람들 화 속에서 풍성한 울림과 파장을 전해준다. 무심한 구름이 떠있는 하늘에 썰
이 집결한 모습, 그들의 하반신을 실크스크린으로 전사해서 올려놓았다. 사진 매 타는 소년의 모습, 자동차와 도로의 풍경이 자리하고 있다거나 나뭇가지
과 회화, 구체적인 이미지와 물감의 물성, 흑백사진과 채색된 물감 등이 긴장 옆에 마른 열매가 혹은 하늘을 배경으로 직립한 나무들의 모습이 연결되어 있
감 있는 조화를 이룬다. 상당히 감각적인 연출력이 돋보인다. 그러니까 물질 다. 재현 회화와 사진, 오브제로 출몰하는 이 ‘단어’들의 만남/관계 속에서 그
화된 화면의 추상화가 신선하고 물성연출, 실크스크린에 의한 프린트 기법 등 림은 이루어진다. 자연과 인공, 도시풍경과 나목, 유년의 추억과 현대인, 생명
이 어우러진 복합기법이 감각적이다. 과 소멸 같은 내용의 대비뿐만 아니라 그림과 사진, 손에 의한 터치와 실크스
크린 기법, 평면화면과 오브제, 붓질과 물성 등의 상반된 기법들이 한 화면에
1990년을 지나면서 부터는 도시인, 현대인들을 보여주는 이미지는 사라지고 서 공존하고 모종의 형국을 긴장감 있게 만들어나간다. 이처럼 작가는 이원적
대신 자연풍경이 등장한다. 거대한 나무 이미지(사진)는 이후 지속적으로 화 요소들의 공존과 조화를 즐겨 구사한다. 두 개의 상반된 요소들 간의 변증법
면의 중심부를 차지한다. 실크스크린으로 전사된 숲/나무이미지와 마대의 생 적인 관계설정은 화면을 특이한 구조로 만들어나간다. 형상과 추상, 재현과 비
생한 질감, 두텁게 발라진 안료와 물질감 간의 결합이 특별하다. 그 위로 선묘, 재현, 회화와 오브제, 질량감과 선의 맛 등 모든 요소들이 동일한 화면/지지대
장식적인 선이 종횡으로 지난다. 에 평등하게 존재하는, 서로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상당히 감각적으로
1993년도부터는 성황당의 나무, 민화와 오방색 등의 관심으로 무게 추가 이 화면을 운영해 나가며 계산된 구성으로 마감되는 그의 그림은 형식과 내용의
동한다. 이른바 한국적인 그림 내지는 전통에 대한 관심이 적극 개입되고 있 균형 속에서 만들어진다. 아울러 심리적인 잔상과 기억을 동반하며 서로 다른
다. 이는 <심상의 풍경-Life>를 거쳐 <기원-삶>시리즈로 전이된다. 이때부터 상황, 공간, 시간대를 연결시키는 초현실적인 체험 역시 그에 뒤따른다. 그의
그림에 장식성이 강조된다. 커다란 성황당의 신목과 화려하고 강렬한 오방색, 작품에 등장하는 오브제와 사진이미지는 인간이 의식하지 못하는 잠재의식
목어(풍경), 연꽃, 색동천으로 감싼 오브제(나무) 등이 프린트 되고, 그려지고 을 추적하고 현상화 하는 도구, 언어적 도구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특별한 의
오브제로 화면에 부착되었다. 도로 기능한다. 또한 내면의 심리적 흐름과 잔상, 현실에 감춰진 무의식과 꿈
같은 것을 드러내기도 한다. 낯설고 상반되는 것들이 한 자리에 만나서 일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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