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7 - 2019년6월전시가이드
P. 77

현대인을 위한 Signal  130.3×162.2cm  Mixed media  1989(제8회 대한민국미술대전 '대상',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키는 의도된 조화/긴장은 단일한 하나의 진술이 아니라 다성과 다층적 의미        이후 2014년에서 최근에 이르러서는 이른바 <The Wings of Mother>시리즈
            망을 지닌 풍경/세계상이다. 바닥에 뉘여 놓은 캔버스/패널 위에 두툼한 마티      를 선보인다. 다시 성황당의 커다란 신목이 화면 하단의 중심부에 기념비적으
            엘(우드락, 몇 번의 겹칠과 젤미디움, 모델링 페이스트, 밀랍코팅 등)을 올려놓    로 위치하고 있고 그 위로 한복과 날개가 연이어 잇대어 상승한다. 색채로 깊
            고 그 위에 전사한 나무이미지를 올려놓은 후 그 표면에 날카롭고 깊은 상처       게 얼룩진 화면, 날카롭게 자리한 전사된 이미지(나무사진), 그 주변을 감싸고
            를 입힌다. 오브제도 부착했다. 작가 자신의 신체성을 보여주는 이 행위는 하      있는 검은 물감의 흘림, 한복과 색동색감이 자욱한 부위 등이 어우러져 다분
            나의 자립하는 선으로, 회화적 행위로, 자기 삶의 흔적이자 아울러 나무/자연      히 한국적인 분위기, 전통에 대한 모종의 관심을 적극 드러내고 있다. 그의 오
            에 가하는 현대문명의 폭력을 상징한다. 임철순의 작업의 근간은 다분히 몽타       랜 작업과정이 도달한 지점은 우리 전통 미감과 한국적인 미의식과 정신세계,
            주에 기반 한다. 몽타주는 극단적인 환상과 극단적인 절제, 달리 표현하면 모      그리고 화려한 오방색이 지닌 색채감각이자 자연과 함께 공존했던 우리 선조
            니즘적 추상회화의 회화적 기술들과 사진적 단편의 리얼리즘을 절묘하게 종         들의 삶의 지혜에서 연유한다. 이미 1990년대 초반에 선보였던 작품에도 선
            합해내는 것이다. 자연/현대문명, 현대인의 삶 등이 그의 주제, 내용이며 다분     명하게 드러낸 관심사다.
            히 형식적인 미술어법의 하나로 활용되는 것이 그만의 몽타주 기법이다. 그는       도시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의 소외의식을 비롯해 특정 상황을 예민하게 떠
            현대사회의 총체적인 변화의 충격을 다소 정서적이고 서정적으로 감싸고 있         올려주던 작가는 이후 자신의 관심을 보다 한국의 기층문화에 주목하는 한
            고 여기에 그 몽타주가 기능한다. 파편화 된 세계의 모습, 일상의 불연속과 단     편 작업의 추를 보다 근원적인 쪽으로 깊게 이동하면서 옮겨왔음을 보여주고
            절, 그리고 연속적인 삶의 이미지 대신 급속하고 다면적인 현실을 반영하는        있다. 그리고 방법론은 여전히 이질적인 요소들의 긴장감 있는 조화와 몽타
            이미지로, 혹은 재합성 된 이미지들로 제시되어 드러나는 그의 그림은 사진과       주 기법, 오브제 차용 등 현대미술의 주된 방법론을 지속해서 원용해내고 있
            회화, 오브제를 기본 재료로 사용하면서 이질적인 여러 요소들을 조립하여 새       음을 보여준다. 그 저간에는 미니멀리즘과 극사실주의, 재현과 추상적 요소의
            로운 공간 속에 배치하고, 이를 통해 시각적으로나 의미적으로 새로운 이미        공존, 이미지와 오브제, 사실과 환영, 현실과 몽상 등으로 얽힌 복합적인 세계
            지를 만들어내는 것(역설적이지만 통일적이 아니라 분열적으로)에 걸려있다.        가 또한 숨 쉬고 있다.


                                                                                                       75
   72   73   74   75   76   77   78   79   80   81   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