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3 - 2019년6월전시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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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감-1844 65.1×65.1cm 교감-2328 45.5×45.5cm
작가의 상상에 의해 설정된 인위적 공간에는 하늘과 물과 땅이 하나의 공간으로 압축되었고
그 경계가 무너지면서 모든 생명체들이 동일한 공간에서 자유롭고 활력적이며 생명력에 충만한 상태를 힘껏 보여준다.
동시에 새와 물고기, 꽃은 여전히 개별 형상을 유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 내부는 유사한
색채들로 도포되어 있어서 종내 형태는 불분명해지고 전체적으로 화려하고 운율적인 색채의 더미로 다가온다.
어우러져 있는 이 풍성하고 아름다운 풍경은 인간이 꿈꾸는 가장 이상적인 생 상간의 차이나 분별을 주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을 동일하고 유기적으로 연결
의 공간(자연)을 압축시킨 것이자 그 안에서 조화를 이루고 사는 생명체들의 되어 있는 식으로 전개하고 있다는 얘기다.
안락한 삶에 대한 갈망으로 수놓아져 있다.
근작은 이전 작에 비해 물감의 물성이 두드러지게 감촉된다. 또한 물감을 칠
사각형의 화면 안에 원형의 공간이 설정되고 이 내부의 모서리에는 꽃들이 자 해 올린 방법론도 특이하다. 일정한 마디, 또는 단위를 이루면서 구축적으로
욱하다. 그 위로 새와 물고기가 부유하고 있다. 작가의 상상에 의해 설정된 인 올라와 붙은 물감의 층으로 인해 다분히 촉각적인 화면이 되었다. 거의 저부
위적 공간에는 하늘과 물과 땅이 하나의 공간으로 압축되었고 그 경계가 무너 조에 가까운 물감 층은 작가가 보여주는 특정 대상의 존재감을 돌올하게 부
지면서 모든 생명체들이 동일한 공간에서 자유롭고 활력적이며 생명력에 충 각시키는 한편 색채의 힘 역시 고양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상당히 농밀한
만한 상태를 힘껏 보여준다. 동시에 새와 물고기, 꽃은 여전히 개별 형상을 유 색채가 견고하게 밀착되어 있고 아울러 그 색채의 스펙트럼이 넓어서 이른바
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 내부는 유사한 색채들로 도포되어 있어서 종내 형 환상적인 세계를 가득 펼쳐내고 있는 편이다. 사각형의 화면은 땅을 상징하
태는 불분명해지고 전체적으로 화려하고 운율적인 색채의 더미로 다가온다. 고 원형의 공간은 하늘을 상징할 것이다. 땅과 하늘이 공존하고 날짐승과 물
특정 대상을 연상시키는 형상이면서도 부단히 색채로 환원되기를 반복한다. 속에 사는 것들이 같은 영역에서 생존하고 주변으로는 화려한 꽃들이 맹렬하
색채, 물감이자 도상이고 이미지이자 물질이 동시에 인식되는 그림이다. 이런 게 솟아오르는 풍경이다. 하늘에는 자잘한 점들이 빼곡하게 박혀 별처럼 빛난
방법론은 모든 존재를 대등하거나 동질의 것으로 파악하는 혹은 자연대상과 다. 생명력과 기운이 넘쳐나는 화면이자 활력적이고 분방한 생태계의 어느 순
그림 그리는 이의 일체화를 은연중 암시하는 의도로도 보인다. 그림의 주제가 간이 홀연 다가오는 듯한 장면의 연출이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자연과의 ‘
조화나 교감이라면 그림을 그려나가는 방법론 자체도 그런 의미에서 개별 대 교감’의 한 상황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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