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8 - 전시가이드 2025년 08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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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가이드 쉼터
그곳에 가다 1
글 : 장소영 (수필가)
이른 아침 올해 첫 매미 합창소리가 들렸다. 귀를 쫑긋해 끊긴 매미소리가 이 을 하는 동생네가 있으니 함께 가보자던 형님의 말씀이 묘하게 꽂혀 있었기
어지길 기다리는데 눈앞으로 빨간 고추잠자리가 수평을 유지한 채 사르르 에 겸사겸사 목적지는 선암사가 되었다.
지나가고 있는 거다. 마치 몇 년 전 어쩌다 마주친 사진 한 장에 꽂혀 멀리 바다 건너 시라카와고 고카
‘이래도 안 나와 볼 거니?’ 야마 역사 마을까지 떠나기도 했었다. 승선교는 이보다도 훨씬 더 먼저 교과
꼬드기듯 주방 창문에 바싹 붙어 나 보란 듯 흘끔 쳐다보며 고공비행을 하고 서나 화보에서 자주 접하며 눈을 떼지 못했던 풍경이었다. 실물이 얼마나 아
있었다. 사진으로 남길 경황도 없이 순간 나타났다 사라진 현상에 얼떨떨해 름다우면 여기저기에 담기는 걸까 눈독을 들였다. 이렇듯 마음에 품고 있었
진 채 여운만 남았다. 는데도 가봐야지 미루기만 하다가 수십 년이 흘러버렸다. 왜였을까? 그동안
세월의 더께가 내 어깨에도 쌓이길 기다려야 했었나.
폭우와 폭염이 반복되고 변덕 심한 장마통까지 겹치니 꼭 나설 일이 아니면
집안에서 뒤척이는 사람인지라 며칠째 실내서 맴돌고 있는 중이었다. 하늘 낙안읍성을 가면서도 순천만을 가면서도 승선교에 대한 열망을 드러냈지만
은 찌뿌둥하니 언제라도 비가 뿌릴 기세인데 아침부터 매미와 고추잠자리에 냉큼 들어서지 못하고 지나치며 차일피일 발걸음을 옮기지 못했던 곳이다.
자극을 받아서인지 엉덩이가 씰룩씰룩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 따분해졌다. 그런데 드디어 그곳으로 출발이다. 목표가 되었으니 참 다행이다. 버킷리스
트 하나 달성하게 됐다. 여하간 길은 마음이 내나 보다.
“그래. 가보자!”
길든 짧든 여행이라는 단어는 사람을 설레게 하는 묘한 힘이 있다. 이렇듯 갑
앞집 부부의 의향을 먼저 묻고 동행을 하기로 했다. 마침, 흐린 하늘이라 햇 작스레 출발해 계획한 장소에 도착하기까지의 여정도 하나의 이야기이며 훗
볕도 뜨겁지 않으니 가벼운 마음으로 출발했다. 며칠 전 선암사 옆에서 식당 날 추억으로 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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