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0 - 전시가이드 2025년 08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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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덕 컬럼
영혼의 언어, 한글을 그리다
한글서화 임 제 철
글 : 김재덕(미술컬럼니스트. 아트팜갤러리 관장)
사랑과 평화-1. 70x70cm. 화선지에 먹 사랑과 평화-2. 35x70cm. 화선지에 먹
작가는 우리 한글 조형미를 모티브로 먹의 필선을 차용한다.
한글은 그 자체로 짜임새와 형태가 예술적 기질과 크게 맞닿아 있고, 한글은 그 자체로
독창적이며 아름다운 조형미를 가지고 있다.
임제철의 필선을 통한 묵이 더해지는 한글 조형미는 서체 특성상 문자를 인식할 수 있는
일차원 방향의 시점에서만 볼 수 있는 한계성을 넘어서고자 한다.
우리나라의 한옥식 주거환경은 70년대 중반부터 초고속 경제성장을 이루기 로 기억된다. 80~90년대 만 해도 초중등 학생은 방과 후 집 주변 가까운 서실(
시작하면서 생활환경 또한 아파트형 주거환경으로 급격히 변화되었다. 90년 書室)에 들어서서 묵향(墨香) 가득함 속에 스승님의 도제식(徒弟式) 가르침에
대 들어 수도권 과밀화를 견제하고자 신도시의 개발정책으로 인해 서구식 주 따라 일필휘지를 익혀갔다. 서예는 우리의 정서적 감수성의 원천이기에 피아
거 문화의 일반화는 더욱 확장성을 가지고 정서적 보편성으로 자리 잡았다. 그 노, 태권도와 함께 당시 방과 후 필수 과외 수업으로 당연시되었다. 그 여파로
에 따라 가정에서 소장하고 감상하는 시각 미술품의 장르가 자연스레 토속적 몇몇 대학에서는 단과를 개설하여 학위를 수여하기도 하였다.
장르에서 현대적 감상의 모던한 정서로 변화되어 갔다. 소싯적 각 가정의 거
실에는 묵직해 보이는 유리액자 속에 한국화나 문인화 작품이 머리맡에 자리 그러나 지금의 書藝界는 환경이 매우 어려워져 있다. 어느집을 방문해도 옛
하고 있었다. 또는 위에서 아래로 길게 늘어선 고풍스러운 필력의 서예 휘호 정취의 일필휘지한 서예작품을 눈에 담기는 쉽지가 않다. 묵직한 무게감의 액
가 선풍기 바람에 아랫단이 흔들리며 걸려 있는 모습이 오래된 미적 감수성으 자속 수묵을 통한 작품들은 볼 수가 없고 그 자리는 현대적 감성의 다양한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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