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0 - 전시가이드 2025년 08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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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의 전시포커스











































        interaction  multi_2022, Mother-of-pearl,   interaction 5  2025, Mother-of-pearl, hanji, Hemp cloth and ottchil on wood ~
        Hemp cloth and Ottchil on wood pa~


         생성의 조건                                         진동하는 체계, 생성의 회화: 알고리즘과 루틴
        김로이 작가                                          김로이의 회화는 선으로부터 출발한다. 그러나 이 선은 단순한 형태적 윤곽

                                                        이나 드로잉적 잔존이 아니다. 그것은 시간과 리듬, 감각과 반복의 지각적 결
                                                        이다. 작가는 이 선을 ‘체계’로 명명하며, 다음과 같은 8개의 개념어로 세분
        글 : 안현정 (미술평론가, 예술철학박사)                         화한다.
                                                        “각도(Angle), Coupling_OTT, Interaction, Preservation ACR, Organic
        “반복은 반복되지 않는다. 체계는 살아 있는 유기체이며, 변화는 알고리즘 안      Routine, Routine, Algorithm, Organic Variation.”
        에서 자란다.”
                                                        여기서 선은 길이나 형태를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체계의 작동 원리이자 시
        2025년  7월과  8월,  김로이  작가는  두  개의  개인전을  통해  동시대  회화가   각적 운동성을 상징한다. ‘Algorithm’은 회화의 생성 과정에 깔린 질서이며,
        품을 수 있는 ‘생성의 조건’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서울 아트스페이스와이       ‘Routine’은 반복적 수행을 통해 체계를 유지하는 방법론이다. 그러나 이 반복
        (7.9–8.5)에서 열린 《자기생성의 진화》전은 김로이의 작업에서 ‘자기생성회    은 기계적 복제가 아니라, Organic Variation이라는 생명적 흐름을 통해 미세
        화(Autopoiesis Painting)’라는 개념이 구조화된 조형 체계로 전개되며, 회화  하게 어긋난다. 그 어긋남은 감각의 진동이며, 체계 속 자유의 흔들림이다. 아
        의 생성 원리와 반복적 감각의 리듬을 실험하는 창작의 전환점이자 중요한 계       트스페이스와이 전시에서는 이 ‘선의 체계’를 중심으로 한 연작들이 펼쳐진다.
        기가 되었다. 이어지는 폴스페이스갤러리(8.25–9.27, 인천)의 개인전은 이 체  화면을 가로지르는 선들은 서로 맞닿거나 교차하고, 때로는 격자 밖으로 흐른
        계가 어떻게 ‘점과 시선’으로 확장되는지를 보여주는 후속전이자, 시차적 응       다. 그 선들은 거대한 구조의 일부이기도 하며, 동시에 즉흥성과 유기적 감각
        답의 장이다. 이 두 전시는 하나의 연작처럼 구성된다. 하나는 선의 논리와 구     의 파편이기도 하다. 김로이는 선들을 반복적으로 구조화하면서도, 그 내부에
        조적 생명을 중심에 두고, 다른 하나는 점의 밀도와 시선의 지각을 부각시킨       서 끊임없이 발생하는 변화를 유도한다. 특히 ‘Preservation ACR’는 선이 단
        다. 김로이의 회화는 평면의 문제를 넘어서, 보는 방식 자체를 재구성하는 감      지 전진하는 힘이 아니라, 기억을 보존하고 감각을 중첩시키는 층위임을 보여
        각적 체계로 진입한다.                                    준다. 이는 회화가 단순히 표면의 결과물이 아닌, 시간의 누적이며 감각의 퇴
                                                        적이라는 선언과도 같다. 김로이의 선은 눈에 보이는 선이 아니다. 그것은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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