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1 - 전시가이드 2025년 08월 이북
P. 41

Organic Routine IV , 2025, Mother-of-pearl, Hemp cloth and Ottchil on wood ~  Routine #13, 2024, Mother-of-pearl, Hemp cloth and Ottchil on
                                                                                                 wood panel, 9~


            향을 가지고 있지만 종착지를 거부하는, 살아 있는 감각의 지류다.

            점의 체계: 시점과 응시, 감각의 응결

            선의 흐름이 회화의 구조를 형성한다면, 점은 그 구조를 잠시 정지시키는 응
            의 장치다. 김로이는 이 점을 단순한 형태의 종결이 아닌, ‘viewing angle’—즉
            시선의 위치, 감각의 초점으로 명명한다. 폴스페이스갤러리 전시는 이 ‘점의
            체계’에 초점을 맞춘다. 관객이 선의 흐름을 따라 움직이다 어느 순간 멈추게
            되는, 그 정지의 지점이 바로 ‘점’이다. 여기서 점은 더 이상 단일한 좌표가 아
            니다. 그것은 보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고, 움직임에 따라 떠오르며, 감각적 사
            건 그 자체로 등장한다.

            김로이는 점을 통해 이렇게 묻는다. “당신은 어디서부터 보고 있는가?” 이 질
            문은 시각의 구조를 해체하고, 관객의 신체와 감각을 회화 속으로 불러들이는
            장치로 작동한다. 자개, 옻칠 등 전통 재료의 사용은 이러한 시선의 분산과 전
            이에 극적인 효과를 더한다. 자개의 반사와 옻칠의 깊이는 단일한 응시를 허
            락하지 않고, 관객은 자신도 모르게 ‘다른 시점’으로 이끌린다. 점은 이처럼 관
            객의 이동에 따라 생성되는 감각의 노드다. 김로이의 점은 화면의 중심이 아
            니라, 주변부에서 생겨난다. 마치 흔들리는 시점들 사이에서 우연히 발생하는
            작은 사건처럼. 그의 회화는 중심 없는 구조 속에서, 감각의 일시적 응결을 만
            들어낸다. 점이 모여 면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점이 그 자체로 감각의 발화         Routine #15, 2025, Mother-of-pearl, Hemp cloth and Ottchil on wood panel, 9~
            점이 되는 구조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다수의 ‘Viewing Angle Series’는
            바로 그 ‘점의 체계’를 감각적으로 전개한 시리즈다. 관객이 화면에 가까이 다
            가가거나 시선을 옮기는 순간에만 비로소 인지되는 요소들이 구조 속에 숨겨
            져 있다. 보는 행위 자체가 회화 구성의 일부로 작동하며, 회화는 더 이상 고
            정된 이미지가 아니라 감각의 인터페이스이자, 관객과의 동적 관계망이 된다.
                                                            서 어떤 감각을 발생시키는지를 지속적으로 실험한다. 그 결과 그의 회화는
            생성의 회화: 그 너머의 질문                                정지된 이미지가 아니라, 끊임없이 생성되고 있는 감각의 장(場)으로 전환된
                                                            다. 서울과 인천에서 이어지는 두 전시는, 각각 선과 점의 체계를 통해 김로
            김로이의 ‘자기생성회화(Autopoiesis Painting)’는 단지 하나의 양식이나 새  이 회화의 핵심적 원리와 그 확장 가능성을 드러낸다. 하나는 구조와 원리, 하
            로운 장르명이 아니다. 그것은 회화가 자기 자신을 구성하고, 유지하며, 진화      나는 지각과 응시에 대응하며, 함께 읽힐 때 더 입체적인 미학적 지형을 형성
            할 수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다. 동시에 그것은 회화가 어떻게 세계       한다. 김로이의 회화는 멈추지 않는다. 그것은 선으로 흐르고, 점으로 멈추고,
            와 관계를 맺고, 감각과 의미를 생성할 수 있는가에 대한 미학적 실천이다. 그     다시 생성된다. 그 선은 감각의 지도이고, 그 점은 감각의 불확정성이다. ‘자
            의 작업은 반복을 통해 변화를, 구조 속에서 유기성을, 기하학 속에서 정동을      기생성회화(Autopoiesis Painting)’란 결국, 회화가 하나의 ‘살아 있는 질문’
            드러낸다. 김로이는 하나의 시각 언어체계를 창안하고, 그 언어가 화면 위에       이 되는 방식이다.


                                                                                                       39
                                                                                                       39
   36   37   38   39   40   41   42   43   44   45   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