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6 - 전시가이드 2025년 08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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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청과 컨템포러리 아트







































                광화문 전경



        사령(四靈)의 기린(麒麟)과                                 말안장 양쪽으로 늘어뜨린 판인 말다래에 그려진 그림으로서 국보 제207호
                                                        로 지정된 유물이다. 자작나무 껍질에 흰색으로 천마를 묘사하였으며, 테두리
        서양의 유니콘(Unicorn)                                는 인동당초무늬로 꾸며져 있다. 그러나 분석 결과 기린의 뿔이 아니라 말의
                                                        갈기를 꼬아 올린 말 상투로 해석되며 말이라는 주장이 우세해졌지만 말 같기
                                                        도 하고 기린 같기도한 이 동물은 과연 무엇일까? 만약 기린을 그린 것이라면
        글 : 박일선 (단청산수화 작가, (사) 한국시각문화예술협회 부회장)          신라인들의 장례 의식과 종교적 해석이 밀접한 관건일 터인데 당시 신라인들
                                                        은 기린을 어떤 존재로 받아들였을지가 궁금하다.

        사령(四靈)의 기린(麒麟)은 아프리카에 사는 목이 긴 동물이 아니고 상상 속      조선 시대의 기린 도상은 궁중 미술과 불교 미술, 민화 등에 주로 쓰였다. 궁중
        의 동물로서 오색 찬란하고 화려한 털이 났으며, 이마에는 뿔이 하나 돋은 데      미술로서 기린은 주로 흉배(胸背)에 쓰였는데 궁궐에서 집무를 보거나 궁중
        다 사슴의 몸에 소의 꼬리, 말과 비슷한 발굽과 화염 모양의 갈기를 달고 하      의례에 참석할 때 입었던 관복인 단령(團領)에 부착하였으며, 검정색 비단 바
        루에 천리를 달린다고 한다. 예로부터 용, 봉황, 거북과 함께 사령(四靈)이라     탕에 금실로 기린 무늬를 수놓았다. 흉배는 조선 시대 왕이나 왕세자, 문무백
        하여 어진 성인이 출현하여 세상이 태평해질 징조로 나타나는 신령스러운 동        관이 품계에 따라 관복의 가슴과 등에 부착하였다. 여기에 쓰인 문양은 기린
        물로 여겼다.                                         을 비롯해서 용, 봉황, 사자, 호랑이, 학 등이 신분과 지위에 따라 달리 쓰였으
        수컷을 기(麒), 암컷을 린(麟)이라 하며, 상서롭고 뛰어난 동물로서 다양한 모    며 대체로 기린 흉배는 대군 이상이 사용할 수 있었다. 대표적으로 국립중앙
        습으로 우리 문화 속에 남아 있었다. 요즘은 잘 쓰이지 않는 단어이지만 재주      박물관에 소장된 조선 말기 흥선대원군의 단령에 달았던 기린 흉배가 있는데
        와 능력이 뛰어난 아이를 가리켜 기린아(麒麟兒)라고 하여서 기린은 훌륭함        구름이 가득한 하늘 위를 힘차게 박차면서 달려가는 모습을 수놓았다. 몸은
        을 상징하였다. 이와 반대로 자질이 떨어지고 기대할 것이 없을 때 쓰이는 ‘우     비늘로, 갈기와 꼬리는 역동적으로 휘날리는 모습을 입체적으로 표현하였다.
        마(牛馬)가 기린 되랴’라는 속담도 있다.
        또한 미술에서는 여러 가지로 활용된 유물들이 남아 있는데 고구려 고분이라        불교 미술의 경우에는 수미단(須彌壇)의 단청이나 사찰 벽화에서 볼 수 있
        든가 통일 신라 시대의 출토품에는 기린 형상인 듯한 것이 있으며, 조선 시대      는데 대표적인 예로 경산 경흥사(慶興寺) 명부전(冥府殿), 경산 환성사(環城
        에는 왕실의 장식 문양으로 많이 쓰였다.                          寺) 대웅전, 양산 통도사(通度寺) 영산전(靈山殿), 대구 파계사(把溪寺) 원통
        신라 시대의 회화 중 유일하게 남아있는 작품으로 1973년 경주 천마총에서       전(圓通殿), 영천 은해사(銀海寺) 백흥암(百興庵) 등의 수미단에 기린이 그려
        발굴된 천마도(天馬圖)가 있는데 2009년 '한국 박물관 개관 100주년 기념 특   져 있다.
        별전'에 출품하는 것을 계기로 적외선 촬영을 하며 천마의 머리에 뿔이 드러       그중에서 경산 경흥사(慶興寺) 명부전(冥府殿)의 기린을 살펴보면 단순한 장
        나서 기린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었던 적이 있었다. 천마도는 신라 시대에       식이 아닌 도덕적 이상과 불교적 신성함을 담은 상징적인 작품으로 기린의 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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