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1 - 전시가이드 2022년 10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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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titled_40.9x53.0cm_Oil on canvas_2022         Untitled_40.9x53.0cm_Oil on canvas_2022







                              작가의 작업에 무수히 등장한 꽃과 사과 때문에 작가가 이 소재를 특별히 선호하는 듯 하지만,
                               작가는 줄곧 특정 소재를 선호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면서 그보다는 시간의 경과에 따라
                                   성장, 노화, 소멸하는 특성을 지닌 유한성의 생물에 관심이 있다고 말한다.







           상, 다시 비구상에서 구상으로 자연스러우면서도 유연하게 변형되는 전환 과       서의 변화를 맥락적으로 살피는 것이 작가 연구와 작품 분석의 일반적인 경
           정을 통해 새로운 창의적 형태가 탄생된다. 언제나 그렇듯 지금의 전시는 직      향이라면, 매년 숨쉴틈 없이 이루어지는 전시들에서 비교점을 찾고 변화의 모
           전의 전시를 위해 제작된 마지막 작품에서 출발한다.” 작가의 작업에 무수히      티브가 무엇인지를 분석하는 것은 어쩌면 너무 미시적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
           등장한 꽃과 사과 때문에 작가가 이 소재를 특별히 선호하는 듯 하지만, 작가     그러나 각각의 전시에서 나타나는 특성을 분석하고 나아갈 바를 모색하는 것
           는 줄곧 특정 소재를 선호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면서 그보다는 시간의 경과       은 다음 행보를 위해서도 튼튼한 교두보 역할을 해준다고 믿는다. 이런 의미
           에 따라 성장, 노화, 소멸하는 특성을 지닌 유한성의 생물에 관심이 있다고 말    에서 박미연 작가의 이번 전시를 분석하자면, 대상과 배경의 확실한 구분이
           한다. 그러나 어쩌다 선택되어 지금에 와서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지속적으       주는 선명함으로 인해 예전의 흩어지면서 확산되는 느낌은 덜한 편인데, 대신
           로 등장하는 소재로서의 꽃과 사과는 작가의 트레이드 마크처럼 상징적인 은       색채의 대비감과 대칭적인 구조가 주는 강렬함이 여전한 매력으로 존재한다.
           유가 되어버렸다. 이제 이 시점에서 소재의 변화를 고려해봄직하지 않을까 싶      작가에게 있어 작업은 오랜 화력을 통한 경험과 학습으로 다가오는 것을 표
           다. 그런 점에서 이번 컬럼에서 소개하는 ‘Untitled’는 그 변화를 가늠할 만한   현하는 방법, 그리고 감성과 영감에 집중하여 이미지가 확실해지는 순간 이를
           가능성이 엿보인다.                                     초집중하여 표현하는 방법, 이렇게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 둘은 유
                                                          리된 것이 아니라 이성과 감성의 조화처럼 서로 맞물리면서 합체될 수밖에 없
           지난 전시의 마지막 작업에서 새 전시를 위한 모티브를 찾아 새롭게 시작하       다. 작가에게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가장 중점적인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
           고자 하는 열망을 지닌 작가에게 ‘Untitled’는 직전 전시에서 이루어진 마지막   전에는 배경이 형과 색에 의해서 확산되어지는 울림이 형태의 변형 과정의 중
           작업으로서 이번 전시를 위한 시작점이다. 그렇다면 전시의 제목 선정은 시작      심에 있는 것을 표현했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형태의 변형에 의해 새롭게 창
           점 혹은 끝 지점 중 어디에서 결정되는가도 궁금한데, 작가마다 개인적인 취      조된 비구상의 독창적인 형태가 중심이다. 이들은 변형되어 새로 탄생한 ‘완
           향 차이가 분명히 있겠지만 작가의 경우 아무래도 시작점에서 결정되는 것이       전한 창조물’로서 고착화된 형태 그 자체로 존재한다.” 이 말에서도 작가는 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그렇다면 분명 ‘Untitled’ 작업들이 이번 전시에 기여한 바  들을 ‘고착화된 비구상의 형태’로 바라볼 뿐 어떤 특정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
           가 클 것임에도 함께 전시되는 여타 다른 작품과는 섞이지 않는 독특한 조형      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작가가 늘 말하듯 그림과 마주하는 매 순간 그림과 자신
           적 특성을 지닌다. 이 작업들이 시작점으로서 뚜아에무아의 전시 제목 선정에      과의 관계를 “나의 전부”라고 속삭이듯이 대뇌이며 자신에게 확인시키고 또
           기여했다면 이 제목 하에 기타 다른 작품과 회화적 공통성을 시각적인 특징으      각인시킨다. 오브제를 통해 투영되는 유한한 삶의 변질과 태어나서 죽음에 이
           로 결집하여 공유해야 할 것으로 기대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와 달리     르기까지 썩어가고 정지되는 모든 생명체에 대한 연민, 그리고 그것이 아름답
           공통된 특징은 발견되지 않는데, 언제건 다른 전시에서 ‘Untitled’만의 독자적  다고 말하며 미술로 변환시키는 작가가 여기 있다. 그 작가는 진심을 담아 변
           인 조형성이 재등장할 가능성을 기다려본다.                        하지 않는 서로의 관계를 확인하듯 다시금 묻고 대답한다. 그것이 이번 전시
                                                          인 뚜아에무아의 핵심이다.
           작가의 생애를 통틀어 시대적 상황과 맞물려 개인사의 변곡점을 따라 작업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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