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5 - 전시가이드 2022년 10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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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브뤼셀 IFA 전시장에서 채영주 작가의 Wisdomworks 시리즈 심사 장면 ⓒADAGP (우) 서울 한남동 _갤러리바톤_에서_











           성까지도 묘사하고 싶은 새로운 도전을 하기에 이르렀고 결국 ‘개념적인 아름      대의 사회적 시스템이 새로운 정치∙사회적 어젠다와 충돌하며 병존하는 현
           다움’을 나름대로 자유롭게 표현 하고자 노력 하고 있다. 채영주 작가에게 있     상에 큰 관심을 가지게 된다.
           어서『책』은 항상 그녀 곁에 있는 관계로 그녀의 분신이나 다름없으며, ‘마띠에
           르’로써의 『책』자체에 일종의 <패티시즘>을 느낄 정도로 독서도 좋아하기에      결론적으로, 채영주 작가는 LIAM GILLICK와 마찬가지로 <현상과 관심> 관
           동일한 취향을 교류하는 ≪Book Club≫에 가입도 해서 올해로 10년째 매달   계를 집요하게 추적한다. 그러므로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AIAM국제앙드
           한 권의 책을 선정해서 읽고 토론하는 마니아인 셈이다. 따라서 『책』은 그녀의    레말로협회】 회원 작가들 가운데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할 수준의 ‘학구열’을
           가장 친한 친구이기에 그녀 자신은 책 속에서 인생의 아름다움을 찾고자 하       통해 핸디캡을 극복하는 작가이다. 참고로, 냉혹한 ≪현대미술시장≫에서 적
           며, 그녀의 그림을 보는 모든 이들도 『책』 속에서 삶의 즐거움을 찾기를 바라    용되는 생존 원리에 대해 ‘작가들의 무지함’이 궁극적으로 자신이 속한 생태계
           는 마음으로 열심히『책』의 ‘정체성’을 탐구하는 것이다.                에 어떤 ‘부메랑 효과’로 되돌아올지를 감지해보자. 구체적인 해법으로써, 최
                                                          근 들어 국내 화단에 커다란 충격을 안겨주었던 세계적인 아트페어인《프리즈
           자, 이쯤에서 시야를 바깥 세계로 돌려보자. ≪동시대미술생태계≫에서도 그       서울》과 ≪한국화랑협회≫가 주최하는 《한국국제아트페어(KIAF)》에서 지적
           녀와 유사한 방식으로 ‘열병’을 않는 작가가 있다. 바로 ≪글로벌 현대 미술시    되었던 문제점들을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같은 ≪코엑스≫에서 열렸지만 3
           장≫을 주도하는 주요 작가이자 <관계미학(Relational Aesthetic)>의 발전과   층의 프리즈 서울의 열기에 비하면 1층 키아프는 아주 한산했다. 특히 키아프
           심화에 지대한 공헌을 세운 것으로 유명한 LIAM GILLICK(리암 길릭)이다. 그  는 지난해 과열을 우려할 정도로 손님이 몰렸었기에 올해 첫날 풍경은 격세
           는 미술, 출판, 디자인, 전시 기획, 미술 비평 등 다방면에 걸쳐 자신의 예술세  지감이 들 정도였다고. 더군다나, ‘국제아트페어’다보니 17개 국가의 갤러리
           계를 진일보시켜왔다. 그런데 우연의 일치겠지만 <표현의 양태>면에서, 두       164곳이 참여했다. 그러나 ‘국제적인’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만큼 《키아프》
           작가는 마치 완벽하게 서로 다른 장소에서 각자의 개성 있는 ‘미학 유전자’라     는 한국의 갤러리 중심인 행사가 됐다. 특히 키아프에 참여했던 리만 머핀, 페
           는 음표들이 교차하는 악보처럼 앙상블을 이루는 <평행 이론의 이중주>를 연      이스 등 국내 진출 외국 갤러리들이 프리즈 서울에 주력하면서 키아프의 빛
           주하고 있다. 채영주의 음악 파트는 ‘부드러운 곡선’으로 채워져 여성스러운      이 바랜 측면이 있다. 더군다나 작품 배치에서 유사 <팝아트 계통> 소품들이
           섬세함이 ‘색채의 클라리넷’을 통해 울려 퍼지는 반면에, LIAM GILLICK은 남  중소화랑들이 부스를 뒤덮는 조악한 관행이 되풀이되고, <단색조 회화 계통>
           성 특유의 ‘경쾌한 직선’으로 화답하는 ‘색상의 현악기’ 같지 않는가. 이처럼 세  작품들이 주로 나오는 도식을 벗어나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반구상 회화 쪽
           계적인 현대미술계의 거장과 비교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기울지 않는 ‘팔레      이 대세인 세계 시장의 트렌드를 여실히 반영한 《프리즈 서울》의 출품작들과
           트’를 구사할 수 있다면, 채영주 작가는 더 이상 아마추어처럼 수줍었던 ‘이방    양·질 측면에서 비교 대상이 되지 못한다는 분석이 현장을 살핀 작가와 비평
           인’ 출신이 아니다. 왜냐하면, 그녀는 이제 모름지기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가들한테서 나왔다. 채영주 작가의 변별력이 상대적으로 부각되는 이유는, 바
           능력을 충분히 인정받은 만큼 LIAM GILLICK처럼 어엿한 <지식재산가>의 반  로 이런 모든 ‘함정’들로부터 자유롭다는 장점에 기인한다. 왜냐하면 ‘무지’를
           열에 들 자격이 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LIAM GILLICK은 2021년 10월 1  반면 교사 삼아 반복된 학습을 통해 철저히 체득했기 때문이다. 아무쪼록『책』
           일부터 11월 5일까지 한남동 ≪갤러리 바톤≫에서 개인전 『내가 말하는 그 매    이라는 주제를 화두로 삼아 <조형 아카이빙> 진화 과정을 기록해가는 채영주
           듭은 지을 수 없다(The Knot of Which I Speak Cannot be Knotted)』를 개최  작가가,【ADAGP 글로벌 저작권자】의 일원으로써 ‘새로운 정신’을 탈고하는 동
           한 바 있다. 그런데 리암 길릭은 1990년대 초반부터 건물의 구조적 개념과 공   시에 ‘창조 본능’을 활자 삼아 미래를 향해 조판하기를 진정으로 소망해본다.
           간의 질서를 자신의 미술에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는 행보를 이어왔다. 특히, 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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