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3 - 전시가이드 2022년 10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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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접몽2207, 91.0×116.7cm, Acrylic on canvas, 2022 호접몽2221, 41.0×53.0cm, Acrylic on canvas, 2022
의 나비들의 유희는 장자철학의 호접몽(胡蝶夢)으로 연작활동을 할 수 있는
모티브가 되었고 작가가 추구하는 창작 정신세계인 프시케의 호기심으로 귀 관조(Contemplation) 한다는 것은 밝게 비추어 사색 할 수 있음을 나타내며
결(歸結)되는 과정을 가지게 되었다. 어떠한 특정한 견해에 얽매이지 않고 있는 그대로 마음의 성품과 진리의 세계
를 이루는 관조적 생활을 이상적 행복의 생활로 정의한다. 인간의 삶의 가치
“김진두의 <호접몽> 연작은 형태론적으로 매우 이지적인 양상을 보이면서도 에 있어서 관조적 생활을 인간 최고의 이상적 행복의 생활이라고 본다면 작가
추상적 기조가 화면에 활력을 부여하면서 예기치 않은 회화적 매력을 발산한 김진두가 나비를 통해 관조시키고자 하는 이상의 세계는 우리가 바라보는 나
다. 데칼코마니 기법으로 풍부한 물감의 유동을 방임하면서도 작가는 이미 상 비가 아닌 나를 바라보는 나비의 세계를 통해 복제된 나의 관념적 세계를 응
당한 회화적 완성도를 보이는 이 화면에 기하학적으로 해석된 흰점과 나비 형 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 해 준다 하겠다. 서양화가 김진두는 호접몽 연작 작
상을 배치함으로써 조형성의 극대화를 꾀한다. 표현의 풍부함은 분방한 미감 품에서 밝게 비추어지는 나비의 복제된 관념들을 통해 특정한 견해를 주입 하
과 풍요로운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여기에 작가는 형태로 화면을 구획하고 지 않고 있는 그대로 동, 서양의 사상적 접근을 원천으로 우리가 관조 할 수 있
일정한 간격의 기하학적 패턴으로 화면을 제어함으로써 작가의 발언을 관객 는 이상적 가치를 찾아 볼 수 있게 해준다.
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이지적인 방식을 취하기도 한다. 사실 그의 화면에
등장하는 무수한 ‘점들의 향연’ 역시 그가 경험한 실제 이미지를 관념적으로 최근 한 드라마에서 '나비'를 해석하는 흥미로운 전개가 높은 시청률로 인기
풀어낸 것이라 볼 수 있다.” 를 차지했다. 극 중 여자 주인공은 자신의 어머니를 통해 나비의 어원이 '사이
-호접몽(胡蝶夢)에 대한 사유. 이경모(미술평론가)- 코(psycho)'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남자 주인공 은 어머니를 해한 범인을 '나
비'로 지칭하기 때문에 그들에게 나비는 '두려움(fearful)'의 의미로 다가오게
서양화가 김진두는 드리핑(dripping)의 우연성이나 데칼코마니(Decalco- 된다. 이렇듯 각 등장인물에게 나비는 '두려움'이자 '사이코'로 서로 정신분석
manie)의 복제된 형상을 통해 경직되거나 왜곡되지 않는 있는 그대로 자유로 (psychoanalysis)적인 의미로 다양하게 각인된다. 드라마는 회가 거듭되면서
이 유희 하는 인문사상을 들여다보게 하며 대칭되어 복제된 또 하나의 관념 나비의 또 다른 어원이 '치유(治癒)'라는 의미로 새로운 전개가 이루어지며 나
(idea)적 세계를 이야기 한다. 화면 베이스의 처리 과정에 있어서 데칼코마니 비라는 하나의 단어에 대한 다양한 해석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높은 인기를 유
기법이나 드리핑 기법으로 흩뿌려 지는 채료들의 우연성을 통해 필연성과의 지하며 종영하게 된다. 앞서 언급한 푸시케에 대한 아풀레이우스의 스토리는
관념적 연결을 이루어 낸다. 또한 작가는 화면 베이스 위에 레이어의 중첩으 인간의 단순 정신세계에 대한 일종의 비유이자 철학적 동화로 비록 허구이지
로 형이상학(形而上學)과 수학적으로 계산된 기하도형과 같은 셀(Cell)의 나 만 지금껏 의미 깊은 메시지가 식지 않고 있다. 서양화가 김진두가 나비를 차
열을 통한 표현을 통해 기존의 회화가 가지는 형태의 시각적 단순 감상보다 용한 메시지에는 회화 표현에 있어서 시각적 이미지의 전달을 넘어서는 철학
는 대상의 진리를 바라보는 영혼의 관념적 활동으로 감상의 영역을 확산 하도 적인 정신세계와 함께 심미감으로 감상자들의 감성을 자극해주는 창작의 메
록 한다. 이러한 관념적 정신세계의 표현 과정에 대한 자의적인 관계는 한겨 시지가 이어오고 있다. 인간이 가지는 하나의 생, 일생을 창작활동에 전념해온
울 군무를 이루었던 나비들의 환영을 통해 심성을 자극하여 감상의 영역을 확 서양화가 김진두의 남은 창작 여정이 창밖에 그려진 한겨울의 나비들의 군무
대 할 수 있게 한다. 작가의 작업과정은 정신세계의 수행과도 같은 수많은 셀 를 통한 허상이 아닌 따스한 봄날의 군무를 관조 할 수 있는 현실의 창작 활동
들의 수학적 조합으로 조형화 되는 다난한 일련의 과정을 깊은 인고의 시간으 으로 발전되며, 최고의 이상적 행복으로 완성되길 기도해본다.
로 스스로 감내해 나가고 있다. 그 캔버스위에 쌓인 인고의 시간을 이루는 레
이어의 중첩을 하나씩 걷어 내면 표현 기법의 내면에 숨겨진 호접몽의 투명한
참고자료------------------------------------------------------------
정신세계를 만나게 된다. 호접몽은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주체가 내가될 수도
이경모(미술평론가). 호접몽(胡蝶夢)에 대한 사유.
있고 상대가 될 수도 있는 실재와 허상의 동양 정신적 사상의 근원이다. 이를 프시케 [Psyche] - 신의 반열에 오른 인간 (그리스로마신화 인물백과, 안성찬외)
통해 작가는 나열된 셀이나 나비의 형상적인 의미를 넘어서는 실제와 허상의 관조 [Contemplation, 觀照] (철학사전, 2009., 임석진외)
의도하는 철학적 의미의 맑은 세상을 관조(觀照)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 나비의 어원 (2022. 9. 23검색)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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