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5 - 2019년05월전시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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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 28×32cm 시멘트, Mixed media 2017
브로콜리 35×40cm 시멘트, Mixed media 2019
장을 이룬 시멘트는 인간사회에 필요악이 되었으며 작가로 하여금 많은 생각
을 하게 했다. 그리고 인간이 만든 건축 화학재료이고 편리와 건축 발전을 이
루게 해준 시멘트는 결국 인간에게 편리 이면의 해(害)를 끼치게 됐고, 우리는
그 시멘트로 이뤄진 도시 속에서 살아가고 있음에 주목하게 된다.
작가 신건하의 작품은 2차원 공간의 평면과 부조, 3차원 공간의 환조, 그리고
공간을 넘나드는 내용과 형태를 구현하는 4차원 모두를 통해 이뤄진다. 신선
해 보이는 과일과 식물들은 인간이 만들어낸 건축 화학 재료인 시멘트로 만들
어졌고, 화학 안료로 덧입혀 졌다. 현실의 한 공간의 풍경을 표현한 평면 작품
이 있는가 하면, 정물화 안에 그렸을 법한 정물이 3차원 공간에 놓여 있다. 2차
원에서 3차원을 넘나들면서 관람자의 상상력을 자극하게 된다. 작품을 바라
보는 동시에 관람자는 상상으로 공간을 시뮬레이션하게 되면서 4차원의 공간
을 넘나들게 된다. 이 부분이 이번 신건하 작가 작품의 특징이다.
이 문제는 형식과 내용의 문제와 연결되어 있는 고리역할을 한다. 마치 ‘장자
의 나비의 꿈(胡蝶夢)’을 떠올리게 한다. 장자가 어느 날 낮잠의 꿈속에 나비
가 되어 신나게 날아다니며 자연을 만끽했는데, 잠시 쉬려 나뭇가지에 앉았다 풍경2 35×40cm 시멘트, 물감 2019
가 잠이 들었다. 그런데 잠에서 깨어보니 인간 장자라는 것을 알았다는 내용
이다. 이때 장자는 고민에 빠지게 된다. 도대체 본래 인간이 꿈속에서 나비가
되었던 것인지, 아니면 본래 나비가 꿈속에서 인간이 되어 이렇게 있는 것인 어 놓은 인공적 산물을 ‘자연’으로 돌려보내고 싶은 회기에 대한 욕망과 그리
지 구별이 안되었던 것이다. 호접몽은 인간의 관념 또는 내면과 현실 사이의 움이 있는 것이다. 결국 모든 인공물 또한 그 근원은 자연 어디로 부터로 왔기
문제를 다뤘지만 신건하의 작품은 자연물과 인공물, 그리고 2차원과 3차원이 때문이고 또한 자연으로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넘나드는 현실에서의 문제를 다른 것이 차이점이다.
자연물을 가둔 시멘트의 박재된 신건하의 정물들은 우리의 모습을 대변하고
곧 일반적인 인간 사고의 틀을 벗어나 우주 만물(萬物)의 자연 순리 상태인 도( 있다. 회색 시멘트 안에서 우리는 오히려 안정을 취하고 가족과 사회를 이루
道)를 따르는 "무위자연(無爲自然)"을 주장한 것이고, 규범적이고 유한적인 인 며 살아간다. 시멘트 박재 안에서 평안을 얻고 있는 우리의 모습은 벗어나고
간의 세계에서 벗어나 참된 자유의 무한의 세계에서 노닐 수 있는 소요유(逍 싶은 욕망과 버릴 수 없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으며, 그 자체로 아이러
遙遊)의 단계에 도달하면 "無爲自然"의 진리를 얻는다고 본 장자의 사상은 신 니인 것이다. 과연 우리는 자연으로 돌아 갈 수 있을까? 작가는 그것에 대한 물
건하의 작업과 맥이 닿는다. 특히, 신건하의 작업은 인간이 편리를 위해 만들 음을 던지고 있고, 그 물음에 대해서 작품으로 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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