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76 - 신정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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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산에



                                                                    차 성 기



                 가는 여름 안타까이 여기는 가
                 꾀꼬리 요량한 속에 잎이 물드는 가을



                 비 오는 날이면 굵고 가는 빗발이
                 성실히 구슬발을 드리우는
                 저편 흰 구름을 슬쩍 머문 그 언저리에

                 윤곽만 그려지는 산의 능선
                 몇 그루의 낙락장송이 단조를 깬다



                 바람이 붓 칠한 나무숲이
                 물 듬뿍 적셔 번지도록 친
                 한 폭의 수묵화를 이룩함에서인가



                 산줄기가 더욱더 날카롭고 희게 빛날 때

                 그 위를 쪽빛 하늘이 뒤덮으면
                 이는 가을을 알리는 신호










                            차성기|경남 진주 출생. 진주 농업전문대 졸업. 가슴 울리는 문학 공저   가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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