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걸었다 해변에 부서지는 파도처럼 빠르게 느리게 혹은 좀 다른 민요조로 반복하며 세월에 감싸이며 걸었다 소슬바람이 불거나 눈보라가 치거나 길게 드러누운 산맥은 자고 있었다 아무도 모르게 꿈꾸고 있었다 3) 장기항령* 에 눈이 내린다 도둑놈 잔치 뻔덕* 에 비가 내린다 죽창이 번덕인다 총칼이 절걱거린다 비명소리는 골을 울린다 사람이 사람을 학살한다 잠든 사람 위로 바람이 지나간다 운무가 다독거린다 꽃이 핀다 84 | 신정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