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8 - 신정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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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걸었다
                 해변에 부서지는 파도처럼

                 빠르게 느리게
                 혹은 좀 다른 민요조로 반복하며
                 세월에 감싸이며 걸었다

                 소슬바람이 불거나 눈보라가 치거나

                 길게 드러누운 산맥은 자고 있었다
                 아무도 모르게 꿈꾸고 있었다



                 3)
                 장기항령* 에 눈이 내린다

                 도둑놈 잔치 뻔덕* 에 비가 내린다
                 죽창이 번덕인다

                 총칼이 절걱거린다
                 비명소리는 골을 울린다

                 사람이 사람을 학살한다


                 잠든 사람 위로 바람이 지나간다

                 운무가 다독거린다
                 꽃이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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